'노(老)테크,안심하세요.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지난 21일 주요 은행 증권사 보험사의 퇴직연금 영업 인력들이 대전으로 일제히 달려갔다.

이날 열린 대전도시개발공사의 퇴직연금 사업자 설명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모두 14개 금융회사(은행 5,증권 5,보험 4)의 퇴직연금팀 직원들이 이 회사의 400여명 직원들 앞에서 "우리가 퇴직연금의 최고 전문가"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30일 열린 2차 설명회에서도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대형 증권사 직원은 "설명회 전에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1,2위를 증권사가 차지했다"며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아직은 은행과 보험권에 비해 규모 면에선 열세이지만 높은 수익률과 꼼꼼한 투자 교육 등 증권사 특유의 장점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관련 조직을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점유율 확대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약진하는 증권사 퇴직연금

퇴직연금 시장은 2005년 12월 도입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계약 건수는 총 2만6989건에 이른다.

가입 근로자 수는 38만명을 넘어섰고 총 적립 금액은 1조751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7568억원)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금융 권역별로는 증권사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적립금액 기준으로 증권사 비중이 9.5%로 조사됐다.

작년 말의 8.1%에 비해 1.4%포인트 올랐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은행권 비중은 37.8%에서 33.7%로 줄어들었다.

보험권은 54.1%에서 56.7%로 소폭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 퇴직연금영업팀의 김은철 차장은 "자산관리 노하우와 수익률 관리,투자 컨설팅 및 투자 교육에서의 경쟁력,다양한 투자 상품 등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점들에 초점을 맞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품 구성은 금융 권역별로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경우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의 비중이 각각 42.8%와 42.7%로 거의 같았다.

반면 생보사와 손보사는 DB형 비중이 87.1%와 86.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증권사는 DC형이 56.7%로 DB형(43.2%)보다 인기가 많았다.

◆수익률·서비스 놓고 각축전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각 협회 공시에 따르면 DB형의 경우 지난 3분기 증권사 평균 수익률은 2.88%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은행(1.66%) 생보사(1.26%) 손보사(1.16%)를 웃도는 수준이다.

DC형 역시 증권사 평균이 3.34%로 은행(2.06%) 생보사(1.83%) 손보사(1.62%) 등을 앞질렀다.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투자 성향은 아직 보수적인 편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총 적립액의 74.7%는 예금과 적금,국공채 등 원금보장형 상품에 들어 있다.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15.8%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작년 말과 비교하면 실적배당형 비중은 5.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적립 금액이 커지고 자산운용 경험이 쌓이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각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 대비해 관련 조직과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사업단을 사장 직속으로 설치해 힘을 싣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퇴직연금을 전담하는 자산관리 인력을 앞으로 5년간 300명 이상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주요 증권사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자산관리 영업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에 증권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