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발의 총알이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를 향해 날아간다. 네오는 전광석화처럼 허리를 뒤로 젖혀 총알을 피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컴퓨터그래픽(CG)의 신기원을 이룩한 이 유명한 장면의 창조주 '게오르그 보슈코프'는 발칸의 작은 나라 불가리아출신이다. 보슈코프는 이 CG로 1999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거머쥐었고 단번에 헐리우드 톱CG감독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가 매트릭스에서 처음으로 선뵌 주인공이 총알을 피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360도 회전하면서 볼 수 있게한 '불릿타임(Bullet Time)기법과 주인공의 천적 스미스요원을 수백명씩 복제한 '버추얼 시네마토그래피' 기술은 그후 SF(공상과학)영화와 뮤직비디오에 식상할 정도로 되풀이 채용되었다. 그는 발칸 IT인재의 상징이다. 오늘도 수많은 IT인재들이 제2,제3의 보슈코프를 꿈꾸며 밖으로 나간다.

'유럽의 인도' 저력의 원천은?

"공산권붕괴이후 이 분야의 인재유출이 발칸 전역에서 4-5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이제 EU가입등으로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서구기업들이 발칸에 거점을 차리기 시작하면서 인력부족이 더 심해졌어요. 5대1정도로 절대적으로 인력공급이 달립니다" (스베틀린 나코프 불가리아 소프트웨어 협회 회장)

나코프 회장의 말대로 발칸에는 세계적인 IT기업의 진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06년에 이 곳에 진출한 HP는 1천9백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있다. 이 곳은 HP가 전세계에 걸쳐 운영하는 전산망을 통한 애프터서비스 기지로는 세계최대급이다. 이 곳에서 유럽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까지 커버한다. 독일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SAP도 소피아에 개발센터를 운영중이다. 애플은 지난해 인도 기술센터 계획을 보류하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 발칸을 대안으로 물색중이다. 인텔도 마찬가지다.

인도대신 발칸

"미국의 인도계 IT기업 리야사 같은 중소기업들조차 인도 방갈로르에 운용하던 사무실을 폐쇄하고 대신 발칸으로 옮겨오기위해 루마니아와 세르비아를 놓고 저울질하고있다." (드라가나 조릭 세르비아 투자유치청 국장)

인도대신 발칸으로 발길을 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전(하드웨어)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크로아티아 최대의 외국인 투자기업인 독일 시멘스의 현지지사장 토미슬라브 가무린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주의시절부터 산학협력이 상당히 발달되어있다.무엇보다 단순인력도 외국어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큰 매력이다. 택시기사가 러시아어는 기본이고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어중에서 1-2개, 영어까지 일상대화가 통하는 다언어 국가다. 언어소통에 관한한 발칸은 인도보다 낫다." 시멘스는 단순서비스에서 통신분야와 연구개발분야로 투자를 심화시키고있다.

스베틀린 불가리아 소프트웨어 협회 회장의 설명은 쉽고 단정적이다.

"인도가 갖춘 장점을 다 갖췄으면서 서유럽에 가깝다는 지리적인 잇점이 크게 작용한다. 불가리아 개발자들의 실력은 인도에 버금가고 실리콘벨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보면된다. 아직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아웃소싱 기지로는 '베리 굿'이다."

호텔에서 만난 영국의 IT 아웃소싱 컨설턴트 존스톤씨는 "발칸 인력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유럽속의 인디아라는 의미로 발칸을 '유로디아'라고 부르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발칸이 IT인력의 보고로 각광받는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IT기술의 기초학문이랄 수 있는 수학실력이 발군이기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등 발칸국가들은 공산권시절부터 상위권을 휩쓸어왔다.

수학실력이 밑거름?

개인최다 금메달 획득자도 루마니아인 이오네스쿠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입상자들의 대개 IT연관산업이나 관련 기초학문에 종사하게된다. 이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세계를 순회하며 개최하고있는 기술경진대회인 '이메진 컵'에서 작년의 경우 소프트웨어 부분 입상자 12명중 5명이 발칸출신인데도서 드러난다" (마이크로소프트 세르비아 대표 보딘 드레세비치)

소피아·자그레브·부쿠레슈티·베오그라드=이동우 부국장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