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스카프 회장 < 브라질 경제인연합회 >

브라질은 4대 신흥 강국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맨 앞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지만,여러 가지 모순을 안고 있는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2006년 기준)이 4755달러로 전 세계 187개국 중에서 72위에 불과하다.

한국의 4분의 1 수준.인접 국가인 아르헨티나(5675달러),칠레(8641달러)에 비해서도 뒤처진다.

그러나 851만㎡로 세계 5위의 방대한 영토에 1억9000만명의 인구가 갖는 파워는 엄청나다.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8928억600만달러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1위로 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개인 자산 1조원이 넘는 세계적 갑부가 2003년 4명에서 올 들어 20명으로 늘어났지만 전 세대의 85%가 월소득 1669헤알(약 69만원)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으로 분류된다.

'노동자·빈민의 대표'를 자임한 룰라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로 브라질 역사상 대권 연임에 성공한 배경이다.

그러나 브라질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브라질리아의 연방정부가 아니라,상파울루에 있는 '경제인연합회(FIESP)'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룰라 대통령이 집권 이후 시장 지향적 경제정책으로 선회한 데는 FIESP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만큼 정치적 파워도 녹록지 않다.

상파울루 최대 번화가인 파울리스타가(街)에 있는 FIESP 본부 빌딩에서 파울루 스카프(Paulo Scaf) 회장을 만났다.

-요즘 브라질 경제가 회생 궤도에 들어서면서 '1960~1970년대의 기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크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이르다.브라질은 1966년부터 1974년까지 연간 10% 이상의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지난해 3%대 성장에 그쳤고 올해도 잘해야 4.5%에 머무를 전망이다. 당시에 비해 인프라 투자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왜 그런 차이가 나는 것인가.

"룰라 정부가 재정 긴축을 하는 것은 맞지만,기업들의 높은 세금 부담을 충분히 낮춰주지는 않고 있다. '경제 기적'의 연간에는 GDP 대비 기업 세금 부담이 23%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8%에 달한다. 철도 공항 항구 물류시설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되지 못한 상태다. 다행히 브라질의 국가 리스크가 낮아지면서 외국 자본이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 기업들도 지금의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룰라 정부가 집권 2기에 들어가면서 성장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진작 그랬어야 한다. 립 서비스로 그쳐서는 절대 안 된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확고한 의지와 비전을 보여주며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최소한 개도국 평균 성장률인 7%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성장없는 분배는 허상일 뿐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모델 개발(invention)이 필요하다."

-룰라 집권 이후 노사 분규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 아닌가.

"브라질 재계가 룰라의 노동자당 정권 출범 이후 노사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 게 주효했다고 본다. 일부 노조의 과격한 쟁의행위가 여전하기는 하지만,원인을 따져보면 노사 상호간 대화 부족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사관계에서는 기업 측의 확고한 원칙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사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요즘 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