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은 입국 수속이 여느 선진국처럼 간단하다.

짐 검사도 의례적이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우선 외환보유 신고서를 작성,미화 3000달러가 넘을 경우 반드시 이를 명기해야 한다.

외화 규제가 엄격해서다.

출국할 때도 마찬가지다.

출입국장에 긴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다.

알마티와 타슈켄트의 거리 풍경도 완전히 다르다.

알마티 시내는 곳곳에 대형 건설 크레인이 서있다.

고급차가 넘쳐나며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교통체증이 풀린다.

타슈켄트는 잘 정비된 대로가 항상 한산하다.

러시아워는 없다.

낯익은 넥시아와 티코가 대로를 달리는 등 시간이 멈춰진 느낌마저 들게 한다.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991년 이전까지는 우즈베키스탄의 국민소득이 카자흐스탄보다 높았다.

CIS(독립국가연합) 11개국 중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함께 '빅3'경제권을 형성했다.

이에 반해 카자흐스탄은 CIS국가 중 가장 못사는 국가였다.

이후 카자흐스탄은 개방,우즈벡은 자원민족주의를 고수하면서 양국의 위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글로벌 경제개방 정도가 성장의 질을 가른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독립 이후 풍부한 자원을 외국기업에 개방,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머니로 성장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외환거래 자율화,수입관세 단계적 인하,외국인 과실송금보장 등 그 당시로서는 단행하기 어려운 개방정책을 과감히 단행했다.

금년 말을 목표로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서두를 정도로 관세제도도 잘 정비되어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액의 80%가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다.

카즈인베스트의 보다코스 콥바예바 대표는 "카자흐스탄은 이제 중앙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에 있는 유라시아 국가"라며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외국기업과 맺은 기존의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의 개방 기조는 믿어도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석유 가스 금 면화 등 카자흐스탄 못지않은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지만 외국자본에 문을 여는 데는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3조5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원유와 광물 중 지금까지 생산된 분량은 2억달러 수준에 불과(송방달 전 코트라 타슈켄트관장,8월1일 본사귀임)한 게 이를 말해준다.

외국기업은 자원개발보다 생산기지 건설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줄 것을 원한다.

외화가 부족하자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들의 과실송금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법과 제도의 인위적 해석도 빈번하다.

정부의 통제로 시장 기능의 작동도 제한적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우즈벡 진출을 꺼리는 이유다.

구소련 시절 이후 변한 것이 없다는 게 현지교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양국의 환율 추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카자흐스탄 텡게는 해마다 강세기조를 유지,환율이 2004년 달러당 135텡게에서 지금은 122텡게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현지 상인들은 미달러보다 오히려 현지화를 더 선호한다.

달러를 받으면 즉시 텡게로 교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내 곳곳에서 환전소가 성업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숨은 달러당 2004년 971숨에서 지금은 1260숨까지 치솟았다.

양국 정부가 발표한 1인당 국민소득도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말 현재 5100달러,우즈베키스탄은 카자흐의 10분의 1에 못 미치는 496달러다.

3년째 400달러 후반에 머물러 있다.

성장률은 지난해 7% 정도로 개도국 중 높은 편이지만 10%를 웃도는 이웃 국가보다는 훨씬 낮다.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놓고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우즈베키스탄,그들의 길이다.

개발이 덜된 만큼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카자흐스탄보다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지 투자 시 우즈벡 정부의 확실한 담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에는 그야말로 계륵(닭갈비,먹기는 그렇고 버리기는 아까운) 같은 시장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알마티·타슈켄트=글·사진 김영규 기자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