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마지막 탈출구'가 구멍가게나 식당 같은 소규모 자영업이었다.

하지만 이 분야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당수가 퇴출되는 등 구조조정이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매업의 대형화·체인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연구·개발과 기술서비스 사업지원 등 사업서비스가 활발해지는 등 질적 변화가 나타났다.


◆소매업·음식숙박업 부진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기준 서비스업 총조사 결과로 본 소매업과 숙박·음식점,사업서비스업의 구조변화'에 따르면 종합소매업에서 체인화된 편의점(4116개→1만34개)과 할인매장(238개→316개)은 급성장한 반면 주택가 근처에서 영업하는 구멍가게(음식료품 위주로 판매하는 종합소매업)는 10만7365개에서 9만5967개로 줄었다.

이에 따라 종합소매업에서 차지하는 개인사업체 비율은 하락(96.8%→96.0%)했고 300㎡ 이상 대형 매장이 차지하는 비율(2.7%→3.3%)은 높아지는 등 상당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소매업태의 변화는 고용 구조에서도 나타났다.

대형 매장에서 근무하는 여성사원이 늘어나면서 종합소매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55.2%에서 2005년 56.7%로 1.5%포인트 높아졌다.

음식료품·담배소매업에서도 여성 종사자 비율이 54.8%에서 57.2%로 확대됐다.

음식점업에서는 한식과 구내식당 수가 늘어났지만 중식 일식 서양식 제과점 찻집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브랜드 체인점이 많이 생겼던 제과점(-25.8%)과 찻집(-24.6%)에서 업체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음식업과 숙박업의 영업수지는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자영업자 비중 여전히 높아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서 자영업주와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아직도 높은 편"이라며 "미국의 경우 자영업주와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우리나라의 3분의 1 이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구멍가게가 줄어들고 무급가족종사자가 감소하는 것은 생계유지형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 퇴출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어 자영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고부가 서비스업은 활발

연구·개발이나 기술서비스 등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사업서비스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키웠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2005년 기준으로 3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는데,2001년 이후 4년 만에 업체 수가 71.8% 늘어났고 종사자 수도 60.3% 증가했다.

연구·개발 서비스업에서는 상용 종사자 비율이 86.5%로 매우 높았다.

고용이 안정된 데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92%를 차지하는 등 고급 인력 채용이 특히 많았다.

신규 일자리의 92%가 10명 이상 사업체에서 창출됐다.

연구·개발 분야 벤처기업들의 활동이 그만큼 활발해졌다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