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의 미국 트럭시장 공략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한미 양국이 25일 공개한 협정문 및 설명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시장 수출시 4%의 관세가 부과되는 '5∼20t 트럭 섀시' 역시 배기량 3천㏄ 이하 승용차와 함께 즉시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됐다.

트럭 섀시는 적재함 등을 장착하지 않은 '미완성 트럭'으로,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5∼20t 트럭 섀시의 수출액은 지난 3년 평균 연 6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번에 관세 철폐 품목에 트럭 섀시가 포함된 것은 현대차[005380]를 비롯한 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전주공장의 경우 현재 연 6만대를 생산하고 있으나, 2만대 가량 추가 생산할 여력이 있다"는 의사를 정부측에 전달했다고 한 정부관계자가 소개했다.

동시에 미국내 일반트럭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엔진이 앞쪽에 튀어나와 있는 형태의 일반트럭이 주로 판매되고 있으나, 한국산 트럭처럼 엔진이 운전석 밑에 위치한 일반트럭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트럭 섀시의 관세 즉시철폐는 추후 한국산 트럭의 미국 진출 기회를 열어놓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연간 미국 자동차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픽업트럭 시장에의 진입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픽업트럭은 승용과 화물 운송을 겸하는 소형트럭이다.

우선 픽업트럭에 대해 부과되는 고관세(25%)가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데다,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미국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할 이렇다할 차종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FTA가 발효된 뒤 5년 가량은 지나야 본격적인 미국으로의 픽업트럭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25%의 미국 트럭 관세는 매년 2.5%씩 10년간 철폐되며, 5년후에 단계적으로 시장 진출 시도가 가능한 수준인 12.5%로 인하된다.

또한 새 모델을 개발하는데 통상 4년을 전후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5년 가량의 준비기간은 필요한 셈이다.

조남홍 기아차[000270] 사장은 지난달 서울모터쇼에서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위해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며, 앞서 현대차는 정부에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매력있는 시장"이라며 "당장 개발에 나서면 5,6년내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당장 결정해야할 문제는 아닌만큼 잘 따져보겠다"고 밝힌 것처럼 업체들은 픽업트럭 시장 진출에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이번 FTA에서 관심을 끄는 것중 하나는 자동차 원산지 규정.
원산지 규정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 및 유럽차가 '미국산'으로 인정받아 국내에 무관세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원산지를 판정하는 기준인 역내부가가치 비율 계산에 있어 미국측이 선호하는 순원가법과 한국측이 선호하는 공제법.집적법을 수출업체가 선택적으로 사용토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순원가법상 35% 이상, 집적법상 35% 이상, 공제법상 55% 이상의 역내부가가치가 발생한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 일본차, 유럽차라고 해도 '미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미국서 생산되는 일본차의 경우 역내부가가치 비율이 60∼70%에 달해 '미국산'으로 인정받는데 무리가 없다는 게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반면 유럽차인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ML 등이 미국에서 생산돼 수입되고 있으나 이들 업체의 역내부가가치 비율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