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무 한국 등 5개 FTA 협상안 일괄 승인
정부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서 협상개시 공식 결정

한국이 내달 7일 서울에서 세계최대 단일시장인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1차협상을 시작한다.

EU는 23일 룩셈부르크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집행위가 제출한 한국, 인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미공동시장, 안데스 공동체 등 5개 FTA 협상 지침안을 만장일치로 일괄 승인했다.

EU는 한국과의 FTA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문에서 "미래의 광범위한 합의를 통해 정치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한국과의 관계를 심화하는데 깊은 관심이 있다"면서 "EU 이사회는 집행위가 협상과정에서 한국정부의 기존 비관세 무역장벽을 제거하는데 노력해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DDA) 협상과 함께 한국 등 신흥 시장과의 FTA 협상을 병행하는 것이 유럽과 세계의 성장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제교역시스템의 통합을 진전시키는데 기여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야심차고 포괄적이어야 하며, 상품과 서비스, 투자에 있어 광범위한 무역자유화를 포함하고 특히 비관세장벽 제거에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U가 한국과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내부 승인 절차를 마침에 따라 한국도 오는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EU와 FTA 협상에 착수하기로 공식 결정할 예정이다.

1차협상 시작에 앞서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오는 6일 한국을 방문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협상출범을 공식 선언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주 EU 대표부(대사 정우성)가 밝혔다.

EU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지난해 말 14조3천억 달러로 미국(12조9천억 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다.

우리의 수출 규모도 지난해 EU(492억달러)가 미국(432억달러)을 앞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수출지역이다.

이런 EU와 FTA가 타결되면 우리와 EU 27개 회원국이 협정의 발효와 함께 `단일시장'이 된다고 할 수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이어 유럽이란 거대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한데 이어 EU와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세계 주요 선진 경제권과 자유무역체제를 확립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양측은 수석협상대표에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FTA추진단장과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 통상총국 동아시아국장을 내정한 뒤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양측은 내달 7-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1차협상에서 양허안 제시 등 세부 일정과 협상 방식을 비롯한 기초적인 사항을 논의하면서 상품과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도 일부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의 협상단 규모는 50명 안팎, EU측은 30-40명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협상단 분과는 상품, 투자.서비스, 규범, 분쟁해결 등 4개 정도로 구성될 전망이다.

EU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의 민감 분야인 농업에 대해 공감대가 큰 편이어서 한-미 FTA 만큼 장애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EU의 평균 관세율이 4.2%로 3%대인 미국보다 관세 수준이 높아 FTA를 통한 관세 철폐 등 기대효과도 크다.

하지만 자동차, 제약, 화장품 분야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며, 협상이 본격 진행되면서 자동차 등의 비관세 장벽 철폐나 지적재산권 등 이해관계가 큰 분야에선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