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경쟁사의 공세에 대응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대책도 세우겠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경쟁환경 변화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회장은 2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유럽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신흥시장에서는 항상 경쟁이 심하다"며 "도요타 등 경쟁사들의 저가차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일본과 미국 업체들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최근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대당 80만엔(약 625만원) 이하의 저가형 차량을 개발해 시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GM은 인도에서 GM대우의 소형차를 바탕으로 한 아베오(칼로스)와 스파크(마티즈)를 잇따라 출시하며 현대차가 선점하고 있는 경소형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또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는 만큼 열심히 대책을 세워 대비하겠다"고 말해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내수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2.5%)가 철폐돼 미국시장에서 국산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세(8%)도 없어져 미국차와 미국산 일본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자동차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동유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 중 24일과 25일(이상 현지시간) 예정돼 있는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과 현대차 체코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터키를 거쳐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동되기 시작해 기아차의 유럽 전략차종인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차 체코 공장은 2009년에 완공,연간 30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한편 정 회장은 현지에서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만나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민간외교 활동도 적극 펼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날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경험도 있고 국가적인 일이므로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정 회장의 유럽 방문에는 최근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총괄 담당을 겸직하게 된 최한영 상용차 담당 사장과 이현순 연구개발 담당 사장,서병기 품질 담당 사장 등이 수행했다.

한규환 현대모비스 부회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만도 한라공조 등 현대·기아차의 40여개 협력사 대표들도 현지 행사에 참석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