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 하면 회사의 보안시스템을 무력화하고 핵심기술이 담긴 파일을 빼내 돈을 번 뒤 하와이 해변에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영화같은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삶을 사는 경우는 없다.

핵심기술이 상품화되는 순간 기술유출 시비가 일게 되고 어떤 형태로든 기술유출의 경로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기술유출 사건의 대부분은 연구원들과 그들을 사주하는 경쟁업체와의 공모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 이면에는 연구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도사리고 있다.

능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평가와 보상을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작은 유혹에도 넘어가고 만다.

그들에게 맹목적인 애사심과 애국심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줄 때가 됐다.

기업의 비밀관리 소홀도 기술유출의 원인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기술 개발에 몰두하면서도,기술 보호 노력은 게을리 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국가간 자본 이동이 자유화되고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사실상 국경이 없어진 상황에서 핵심기술은 언제든 해외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된다.

기업들은 이제 보안 투자와 교육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들이 개발한 기술은 기업 뿐 아니라 국가발전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국은 첨단기술을 가질 자격을 잃었다"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기술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구 성과에 걸맞은 대우와 기술유출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 아닐까?

이제영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