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농림, '신속수입 VS 신중수입' 갈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던 '뼈 있는 쇠고기'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합리적 절차와 기간'을 거쳐 개방하겠다고 구두 약속한 만큼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 등급을 확정하면 '뜸 들이지 않고' 8단계의 자체 위험평가 절차를 진행할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예 쇠고기 전면 개방과 FTA 협정 서명을 연계시키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사실상 5월 판정 직후 문을 활짝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FTA 농업분과장을 맡았던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5일 쇠고기 개방 시기와 관련, "쇠고기 광우병(BSE)과 관련된 검역, 수입위생조건 절차에 대해 미국에 시한 등을 약속한 것은 없다"며 농림부의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 역시 전날 국회 농해수위에 출석, OIE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인 수준과 기간안에 개방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 장관 자신이 그동안 밝혀온 "5월 OIE 결론이 나온 뒤 과학적 절차를 밟아 처리하겠다"는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같은 정부안에서도 재경부는 상당히 서두르는 입장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쇠고기 수입검역문제는 OIE의 최종 결과가 5월20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발표되는 대로 수입검역과 관련된 절차를 신속하게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그동안 많은 자료 축적이 있었고 서로 논의가 진행됐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OIE의 미국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등급판정이 나오는 즉시 신속히 수입절차를 밟아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숀 스파이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4일(미국 시각) USTR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쇠고기에 대한 명백한 통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도 "광우병 문제가 FTA 협상틀 밖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국제적인 기준을 존중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며 "한국이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기 않으면 의회에서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국측에 통보했다"고 우리측을 압박했다.

미국 의회가 쇠고기 문제를 비준 동의와 연계시키는 것은 '정치적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협정 타결 당사자인 USTR측이 쇠고기 전면 개방이 협정 사인의 전제 조건이라고까지 말한 것은 노 대통령의 '합리적 개방'에 대한 양국의 해석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