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관세 즉시철폐..양주 5년후 관세철폐
소리.냄새특허 인정..부동산정책 ISD 제외 합의
개성공단 향후 협상 관건..무역구제협력위 설치


=정부, 한미FTA 분야별 협상결과 국회 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연간 4천억원의 자동차 관련 세수가 줄고 우리나라 섬유산업도 미국식 '얀 포워드'(원사 기준 원산지 판정방식) 방식이 도입된다.

하지만 우리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무역구제분야는 대부분 임의 조항 형식이 돼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으며, 미국측이 주요 가전제품의 관세철폐 기한을 중기 이상으로 설정해 이들 분야가 한미FTA 발효로 단기간내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는 4일 국회에 이런 내용의 '한미 FTA 분야별 최종협상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농업분야에서 오렌지, 식용콩, 식용감자는 FTA 발효 뒤에도 현행 관세가 유지되지만 오렌지 주스, 사료용 옥수수, 채유용 콩은 즉시 철폐된다.

민감 농산물 뿐 아니라 명태(15년), 민어(12년) 등 민감 수산물도 관세철폐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특히 쇠고기, 돼지고기, 인삼, 고추, 마늘, 양파 등의 경우 수입물량이 기준을 넘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를 적용할 수 있다.

포도주 관세는 협정 발효 즉시 철폐되고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구체적으로 개성공단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협정 발효 1년뒤 개최하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OPZ)위원회가 일정 요건에 맞춰 OPZ를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관세 부여가 가능한 길을 열어 놓았다.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대상인 간접수용 범위에 보건, 안전, 환경 정책 외에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을 원칙적으로 제외하기로 합의했지만 예외적인 경우(In rare circumstances)에서 ISD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문구가 만들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나는 소리 등 소리나 냄새도 상표권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 자동차, 연간 세수 4천억 손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은 배기량 3천CC 이하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는 즉시, 이를 초과하는 승용차는 3년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자국내 정치권과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관세철폐를 장기로 미룰 것이라던 우려와는 다소 다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얻기 위해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세와 특별소비세 개편을 수용함으로써 연간 4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됐다.

외교통상부는 자료에서 조세연구원을 인용, 특별소비세를 5%로 단일화할 경우 감소하는 세수를 3천억원, 현재 5단계인 자동차세를 1천CC 이하(CC당 80원), 1천∼1천600CC(CC당 140원), 1,600CC 초과(CC당 200원)으로 개편할 경우 연간 1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했다.


◇소리.냄새 상표 인정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여 소리.냄새를 상표로 등록하면 이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나는 소리,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특유의 엔진소리, 바느질용 실에 대한 특정 꽃향기 등도 등록시 상표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국내 상표법에서는 그동안 상표의 요건을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이나 이들 각각에 색채를 결합한 것' 등으로 한정해왔다.

지난해 상표법 개정으로 동작상표, 홀로그램 상표, 색채상표 등 '시각적으로 인식가능한 모든 것'으로 상표 인정의 범위가 넓혀졌지만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소리, 냄새 상표 등은 여전히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소리.냄새 상표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 측은 자국 기업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번 FTA 협상에서 소리.냄새 상표 인정을 요구해 왔다.

아울러 상표나 저작권 침해에 대해 현행 실손배상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전에 법으로 손해배상액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 도입된다.

일시적 저장에 대한 복제권은 다양한 예외조항을 설정하게 된다.


◇농수산물 지킬 것은 지켰다

쌀은 양허 예외 대상으로 인정됐고 탈지.전지분유(관세율 176%), 연유(89%), 식용 감자(304%), 식용 콩(487%), 천연꿀(243%)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며 국산 감귤과 경쟁품인 오렌지도 감귤성수기인 9월부터 2월까지는 현행 50% 관세를 물릴 수 있다.

또 쇠고기, 감귤, 고추, 마늘, 양파는 15년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면 되고 인삼 18년, 배와 사과 20년, 포도 17년 등도 초장기 철폐 품목이다.

다만, 사과와 배의 경우 후지사과 등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품목은 20년 철폐이지만 나머지 품종은 10년 관세철폐다.

냉동 돼지고기는 협정 발효와 무관하게 2014년 1월1일로 관세철폐시점이 정해졌고 냉장제품은 10년으로 결정됐다.

특히 쇠고기, 돼지고기, 인삼, 고추, 마늘, 양파 등의 경우 수입물량이 기준을 넘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를 적용할 수 있고 사과, 고추, 마늘, 양파, 인삼 등은 관세철폐 뒤에도 최장 3년간 이 제도를 유지하게 된다.

수산물도 명태는 15년, 민어는 12년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장기 철폐 품목으로 합의됐다.

그러나 오렌지 주스(냉동), 화훼류, 커피, 포도주, 밀, 사료용 옥수수, 채유용 콩, 아몬드는 협정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최근 국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포도주가 즉시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돼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산 포도주들의 가격이 낮아지게 됐다.

다른 주류들은 위스키와 브랜디가 5년, 맥주가 7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며 잎담배는 철폐기한이 10년으로 설정됐다.


◇ 가전 관세 3년 이상 많아..섬유, 우리도 '얀포워드'

가전제품의 경우 미국의 관세철폐 기한이 3년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품목인 디지털TV는 3년으로 설정됐고 전자레인지와 세탁기, 섬유건조기 등은 무려 10년에 걸쳐 철폐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섬유의 경우 자국 섬유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얀 포워드를 우리측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원사기준을 도입해 실-직물-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산업의 수직 계열화 촉진이 가능하다"며 "고급소재와 패션의류의 수출국인 이탈리아도 강하게 수직계열화된 점이 섬유산업 선진국의 토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당초 미국이 정치적 이유를 들어 강하게 거부했던 TPL(관세특혜할당)을 얻어낸 점은 성과로 풀이된다.

산자부는 "원료 공급이 부족해 원사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품목에 대해 우리 수출의 10%규모인 2억 SME(섬유제품 계산단위를 제곱미터로 환산한 것)의 물량까지 TPL을 부여하는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첨단 섬유제품인 타이어코드 직물의 관세철폐기간이 10년으로 설정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 보건.환경.부동산정책 ISD 완전 배제 아니다

공공정책 무력화 가능성으로 인해 국내에서 첨예한 논란이 됐던 이른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의 대상인 간접수용의 범위에서 한미 양국은 기존에 합의했던 보건,안전,환경 정책외에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을 원칙적으로 제외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예외적인 경우'(In rare circumstances)에는 ISD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문구가 만들어졌다.

아울러 조세정책은 별도의 부속서를 둬 세금 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하기로 했다.

반면, 국제중재 판정부에 제출된 서류 및 중재심리를 공개하고 국제중재시 비정부기구(NGO) 등 제3자의 의견 제출권을 두기로 한 점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개성공단은 위원회 통한 협상이 관건

개성공단의 경우 협정문은 역외가공지역(OPZ)에 대해 특혜관세를 부여할 수 있으며 협정 발효 1년 뒤 개최하는 한반도OPZ위원회가 일정 요건에 맞춰 OPZ를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규정돼있다.

구체적으로 개성공단을 언급하지는 않다.

향후 OPZ위원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에 대한 영향, 노동.환경 기준 등 요건 충족 여부를 따져 특혜관세를 부여하거나 부가가치 비중 등 OPZ 생산품에 대한 특혜관세 부과 요건을 정하게 된다.

특히 충족 요건중 주목되는 내용은 노동 기준으로, 현재 개성공단의 임금이 중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고 임금이 근로자 개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형태가 아니어서 비핵화 보다 더 충족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협정 발효 뒤 매년 1회 또는 수시로 개최될 OPZ위원회에서 양국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인정 도입 여부와 시기, 특혜 범위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 무역구제, 대부분 임의 조항

우리측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무역구제는 미국측의 법령 개정거부로 인해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떨어지는 조항으로 구성됐다.

한미 양국은 제도 및 구체적 사안을 협의할 통로인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반덤핑 제소장이 접수된 후 접수사실을 상대국에 서면 통지하고 조사 개시전에 자국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제소내용을 협의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밖에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부과사건에 대해 우리측이 제품 가격이나 물량에 대해 합의안을 제시하면 미국측은 이를 '적절히(due) 고려하고 우리측에 적절한(adequate) 협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측이 자국 산업 피해를 이유로 다자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한국을 제외해달라는 요청도 한국산 수출품이 끼치는 피해가 크지 않을 경우 미국측의 재량에 따라 배제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김종수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