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古鐵)이 고철(高鐵)이 됐네.' 건축재로 사용되는 철근 형강 등의 원재료인 고철(스크랩)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등 국내 제강사들이 수입하는 미국산(産) 고철 수입가격은 지난 2월 t당 343달러를 기록,역대 최고치였던 2004년 1월의 t당 34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산 고철 수입가격은 2004년 1월 고점을 기록한 뒤 하향세를 이어오면서 작년 1월 t당 210달러까지 떨어졌지만,이후 상승세로 전환돼 1년1개월 새 t당 133달러(63.3%)가 올랐다.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판재류를 중심으로 한 철강 시황은 2004년 고점을 찍고 급락세를 나타낸 뒤 작년 초 이후 강보합세 또는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이처럼 고철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오일 달러의 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적으로 중동 러시아 등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지역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철근 형강 등 건축자재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이에 따라 원재료인 고철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매년 950만t 정도의 고철을 수출해왔던 세계 최대 고철 수출국인 러시아의 경우 내수 소비 충당을 위해 올 들어 수출 물량을 과거 대비 40~50% 줄였고,미국 일본 등 다른 수출국도 중동에 건자재를 공급하는 터키 등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한국 등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에 고철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고철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놓고 견해가 팽팽히 갈리고 있다.

한 대형 전기로업체 관계자는 "국제 고철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고철 가격은 급등했지만 국내 건설경기 위축으로 이 같은 원재료 인상분을 철근 형강 등 제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전기로업체는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