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단행된 삼성그룹 임원 인사는 사상최대 규모의 승진 폭, 기술직 및 석박사급 고학력 인사 우대,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및 신규 임원의 대거 배출, 여성 및 지방대학 출신자 배려 등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건희 회장이 설파해온대로 '제조는 물론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 이르기까지 더이상 따라가야 할 모범이 없는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 창조적으로 발상하고 경쟁자를 앞서나간다'는 창조경영의 인적 구현을 위한 인사라는 것이 삼성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상자는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전무로 승진함으로써 경영권 승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점이다.

◇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

472명의 임원이 승진해 2005년의 455명, 2006년의 452명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규모의 승진기록을 세웠다.

전날 사장단 인사에서 모두 12명을 승진 또는 전보하면서도 "5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훌륭한 실적을 거둔 현 경영진에 대한 신임"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의 CEO 교체를 최소화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원화 가치 상승과 해외 경쟁업체의 무서운 추격, 견제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낸 임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이 사상최대 규모의 임원승진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한해 매출신장이 두드러졌거나 '일등 명품'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디지털미디어총괄, 삼성중공업, 삼성코닝정밀유리 등에서 승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 창조경영의 뒷받침

창조경영의 구현에 필수적인 우수인재, 특히 기술 및 연구개발직 인재와 고급두뇌에 대한 우대정책이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연구개발과 기술직은 모두 206명이 승진해 전체 승진자의 44%를 차지했다.

이 직군 승진자는 2005년 186명, 2006년 199명으로 해마다 증가해왔으며 올해 또다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삼성 관계자는 "특히 통신 와이브로 기술, 반도체 CTF 기술, 보르도 TV 등 혁신과 도전을 통해 시장선도 제품을 창출해온 핵심인력을 승진인사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향후 '창조경영'의 구체적 실천이 삼성 인사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임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핵심인재에 대한 우대는 고학력 고급인력의 대거 승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 인사에서도 박사 66명, 석사 119명 등 185명의 고학력 임원이 승진해 역시 사상 최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삼성 임원의 학력별 분포는 박사 224명(14%), 석사 386명(24%)으로 전체의 40% 가까이를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채우게 됐으며 앞으로도 고급 우수인력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예상했다.

◇ 미래의 주역 발탁

'CEO 후보'라고 할 수 있는 부사장 역시 사상 최대규모인 30명이나 됐다.

부사장 승진자는 2005년 26명에 이르렀으나 2006년에는 15명으로 줄었다 이번에는 기술직(12명) 및 영업직(8명)을 중심으로 대폭 늘었다.

이와 함께 전체 승진자의 47%인 97명을 신임임원으로 충당해 '젊은피'를 수혈함으로써 조직의 활력을 도모했다.

삼성 임직원 최대의 영예인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가 특진하는 관례는 올해도 이어졌다.

32기가 낸드 플래시 개발의 주역 최정달 삼성전자 상무보, 보르도TV 디자인 개발을 주도한 삼성전자 강윤제 부장, 중동 플랜트 수출 유공자 공홍표 삼성엔지니어링 상무보 등 이 상 수상자 3명이 올해 한 직급 승진했다.

특히 올해 38세인 강윤제 신임 상무보는 최연소 임원승진자의 영예도 동시에 안았다.

강 상무보 이외에도 세계최초 6.9㎜ 2메가 카메라 단말 등을 개발한 삼성전자 노태문(38) 수석과 전사 통합 리스크관리 시스템 및 고객평가 툴을 개발한 삼성카드의 이재용(39) 부장 등이 승진해 30대 임원 3명이 탄생했다.

◇ 사회적 가치에도 충실

성별이나 학력에 따른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에 따라 올해도 여성임원과 지방대출신 임원이 다수 승진했다.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광고분야 최고의 전무가로 올라선 제일기획 최인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함으로써 그룹 최초의 여성전무가 됐으며 정보기획 담당으로 회사의 IT수준 제고와 경영비용 절감에 기여한 삼성카드 이인재 부장도 상무보가 됐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16명의 여성임원을 두게 됐다.

이밖에 지방대학 출신은 전체의 32%인 152명이 승진했고 고졸자도 4명이나 직급이 올라 '학력차별과 파벌이 없는 삼성'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뒷받침했다.

◇이재용 상무의 승진

삼성 인사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이 상무가 부사장이나 그 이상의 직급으로 올라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았으나 결국 한 직급 위인 전무로 승진됐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인사에서 해마다 승진을 거듭해온 사람은 있었지만 두 직급 이상을 한번에 뛰어오른 사람은 없었다"면서 "인사에 관한 한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삼성의 전통이며 이 상무 본인도 경영수업을 좀더 쌓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상무가 된지 만 4년째인 이 신임전무의 승진은 통상 상무 재직 3년이면 승진자격이 되는 삼성 관례에 비춰볼 때도 결코 빠른 편이 아니다.

그러나 전무는 팀장을 맡을 수 있는 직급이라는 점에서 볼 때 상무보나 상무와는 다른 무게를 갖는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금은 좀처럼 그런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전무 직급으로 소규모 계열사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따라서 이 신임전무는 종전처럼 '양지에서 보호받으며' 경영수업을 받을 지, 혹은 실적 등에 따라 부침이 크지만 개인적인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도전적인' 자리를 맡게 될 지 기로에 서게 됐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때문에 미리 예견됐던 그의 전무 승진보다는 앞으로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총괄의 존치여부와 그밖의 총괄사업부 개편등 조직개편 요인이 있어 구체적인 보직인사는 그 이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전략기획실의 개편

삼성의 '컨트롤 타워' 격인 전략기획실의 진용도 일부 개편됐다.

대외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전보 인사를 통해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이 전략기획실로 전보돼 이순동 전략기획실장 보좌역의 뒤를 이어 그룹 홍보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이순동 보좌역이 맡았던 기획홍보팀장은 장충기 부사장이 이어받았지만 장 부사장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기획업무를 주로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전략지원팀의 이상훈, 김상홍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전략기획실 내 일부인사의 승진인사도 이뤄졌다.

두 신임 부사장은 현 직책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원 소속사로 복귀하거나 전략기획실내 다른 보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삼성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