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발표한 신년사 요지다.

『지난해 세계 각국은 전쟁과 테러가 그치지 않는 와중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술강국 일본은 활력을 되찾아 더 앞서 나가고 있고 생산대국 중국은 뒤를 바짝 쫓아 오고 있습니다.반면 우리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으며, 산업 경쟁력마저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우리의 앞길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불안, 유가와 환율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해외 기업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중국은 일부 산업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뛰어 넘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부, 기업이 힘을 합쳐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기업이 그 선두에 서야 할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창조적 혁신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안팎에서 밀려오는 도전과 변화의 파고는 더욱 높아지고 그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1등이던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순간 일류의 대열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한 후발 주자가 순식간에 정상에 올라서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삼성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정상의 발치에서 주저 앉을 것이나,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미래의 도전에 성공한다면 정상의 새 주인으로 올라설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급변하는 국내외의 여건과 사회의 흐름을 신속하게 읽고 미리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최소로 줄이고 나아가 기회로 반전시키는 위기관리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인재들이 이 곳 삼성에서 마음껏 발상하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 시스템과 제도의 개혁은 물론,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기업문화까지 시대적 변화에 맞도록 바꾼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실패를 받아들이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실패와 창조는 물과 물고기 같아서 실패를 두려워하면 창조는 살 수 없습니다. 실패는 창조의 디딤돌이며 성공을 위한 자산입니다.

삼성가족 여러분, 오늘날은 생산력이 중심이던 20세기와는 달리 마케팅, 디자인, 브랜드와 같은 소프트 역량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창조력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를 모으고 연구개발에 집중하여 새로운 기술과 제품, 시장을 만드는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신수종 사업을 찾는 일도 서둘러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 1년의 변화는 아날로그 시대 100년의 변화에 맞먹습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를 대표하는 산업들은 순환의 고리를 따라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고객과 시장의 흐름, 우리의 핵심 역량을 살펴 사업구조와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반도체, 무선통신의 뒤를 이을 신사업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아울러 삼성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주주와 고객, 이웃 사회의 도움이 적지 않았음을 잊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우리와 한 몸이자 경쟁력의 바탕이 되어온 협력업체와는 공동체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 삼성은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림없는 기업, 미래에 도전하고 창조하는 기업, 고객과 사회에 믿음을 주는 기업이 될 것이며, 마침내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지금부터 20년 전 저는 회장에 취임하면서 위대한 내일을 창조할 삼성의 가능성을 확신하였으며, 삼성가족의 열정과 헌신을 믿고 끊임없이 도전해 왔습니다. 세계를 향한 우리의 목표는 크고 원대합니다. 저와 여러분의 미래에 대한 신념과 열정, 창조적 혁신과 도전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앞날은 더욱 힘차고 밝을 것입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