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및 폭염과 일부 지역의 병충해로 밀 공급이 재고분 기준으로 근 2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제 밀 가격이 1996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하고 일부 개도국의 식량난 부담까지 가중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런던발로 호주와 아르헨티나, 유럽 및 북미가 특히 밀생산 타격이 크다면서 세계 6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경우 병충해까지 겹친 상황에서 밀 수출을 긴급 중단해 다국적 곡물 메이저들과 마찰도 빚고 있다고 전했다.

곡물시장 관계자들은 전세계 밀 공급이 지난해에 비해 5% 가량 줄어 3천만t이 하락했다면서 이 때문에 시카고 선물시장 가격이 10일 현재 부셀당 5.24달러로 지난 이틀 사이에만 13% 이상 급등했다고 말했다.

밀값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지난 1996년 상황을 제외할 경우 1976년 전세계 곡물난이 발생한 후 30년만에 사실상 처음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주요 밀 수출국인 호주의 경우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천400만t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는 생산된 밀의 70% 가량을 수출해왔다.

호주의 밀 수출이 줄어들면 주요 수입국인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및 이라크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런던 소재 곡물투자전문 헤지펀드인 크롬 리버 파트너스 관계자는 "밀 공급난이 단지 이상 기온 때문만이 아니다"라면서 "평소 재고가 워낙 부족한데서 비롯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농무부가 금주중 공식 발표할 전세계 밀 수급 통계에 따르면 밀 재고는 57일 가량 소비분인 모두 1억2천600만t으로 지난 20년여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12개월간은 그런대로 수급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이 내년 봄과 여름에 또 기후 타격을 받을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누미스 관계자는 "밀값 급등의 부담이 결국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면서 "이 경우 시리얼, 빵, 피자와 파스타 등 필수 식품값이 뛰면 일부 개도국의 경우 정치적 부담까지 안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난 3월 총선에서 출범한 신 정부가 밀값 급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신문은 별도 기사에서 지적했다.

밀 수급난과 관련해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밀 선적을 전면 중단시키면서 수출 라이선스 확보를 의무화시켜 카길과 번지 등 다국적 곡물회사들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밀이 '전략 곡물'이라는 점 등을 들어 카길 등 곡물 메이저들이 급등하기 전의 가격으로 밀을 판매토록 요구해 업계의 반발을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