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들이 핵 장벽을 뚫었다.'

지난 26일 미국 하원이 국내외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도와의 핵 협정안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시키자 워싱턴포스트를 비롯,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핵 협정안은 오는 9월께 상원에서도 통과될 것이 유력시돼 올해 안으로 의회 비준절차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가 정치적인 비난에도 불구,인도와의 핵 협력을 밀어붙이는 데는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그들을 위해 뛰는 로비스트들의 입김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열리는 황금어장


인도 정부는 앞으로 5년간 2000억달러에 가까운 돈을 핵발전소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쓸 방침이다.

미 정부는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이후 민간 핵 분야의 교류를 중지시켜온 만큼 핵 협정으로 규제가 풀리면 미국 기업에는 황금어장이 열리는 셈이다.

발전설비 외에도 항공기를 비롯,군수업체들도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1965년 이후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지 않고 있는 인도는 조만간 수입을 재개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 11억달러어치의 발전 및 인프라 장비를 판매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0년까지 이를 8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1월 에어인디아에 68대의 비행기를 110억달러에 판매키로 계약을 체결한 보잉은 인도 공군에 120대의 전투기를 납품하는 것은 물론 소형 개인용 비행기 판매도 추진 중이다.

항공기 업체인 록히드 마틴 역시 올해 235억달러에 달하는 인도 국방 예산을 겨냥해 활발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대 인도 수출은 지난해 80억달러로 아직도 전체 수출에서 1%도 안돼 인도시장은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철 만난 로비스트

로비스트들은 인도시장을 잡으려는 기업들과 인도 정부 관계자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은 물론 이번 법안이 통과되도록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펴고 있다.

이번이 모처럼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도 대사를 지낸 로버트 D 블랙윌이 대표적인 로비스트.그가 소속된 컨설팅 회사인 바버 그리피스 로저스는 연간 70만달러의 자문료를 받기로 인도 정부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인도산업연합회로부터도 52만달러의 자문료를 받았다.

역시 인도 대사 출신 토머스 피커링은 현재 보잉의 국제관계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며 인도 관리들을 상대로 항공기 판매 로비를 벌이고 있다.

로비단체들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인도 비즈니스협의회'(US-India Business Council)가 가장 대표적인 단체로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180여개 미 기업들을 대변하고 있다.

회원은 월마트 코카콜라 IBM 마이크로소프트 몬산토 록히드마틴 등으로 전문 로비스트들을 고용,상하원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미-인도 정치행동위원회'(US-Indian Political Action Committee)라는 단체는 상하원 의원들을 위한 기금 모금 행사를 통해 의원들에게 로비력을 집중,법안 통과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