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주가와 채권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는 등 뉴욕 금융시장이 '버냉키 쇼크'에 휘말렸다.

버냉키 의장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금융회의에 참석,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FRB의 성격에 대해 의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간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FRB는 이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경제지표를 보고 금리정책을 결정하겠다"던 그동안의 태도와는 대비되는 것으로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뉴욕 금융시장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다우지수는 1.77%,나스닥지수는 2.24% 급락했다.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채권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수익률 상승)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0.47% 오른 달러당 112.24엔을 기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