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 김영대 회장의 3남 김신한 이사(31)는 소위 말하는 재벌 3세다.

김 이사는 오는 23일 평범한 한 중소기업인의 딸과 결혼한다.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만나 1년간 교제해왔다.

결혼식은 온누리교회에서 친인척과 친구들만을 초대한 채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다.

최근 들어 재계의 결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혼맥'을 관리하기 위해 다른 그룹의 오너 가족이나 거물 정치인 등 소위 사회에서 알아주는 권세가 집안과 사돈을 맺는 화려한 정략성(?) 결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김 이사와 같이 '사람만 보고,서로 좋아서 하는 결혼'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도 무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똑똑한 젊은이라면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고 사위나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요즘에는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 총수의 자제들이라도 예전처럼 부모들이 정해준 배필을 맞아 결혼하는 모습은 흔치 않다.

'알 만한 집안'끼리의 결혼이라도 자녀들끼리 자연스럽게 연애해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계 오너들의 결혼관이 그만큼 유연해졌고 2,3세들도 '자신의 행복'을 먼저 꼽는 신세대다운 배우자관을 고집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최근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을 사위로 맞은 최신원 SKC 회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 장녀 유진씨를 미국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구본철씨에게 시집보냈다.

사위 구씨는 LG의 구씨 가문과는 상관이 없는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장(30)이 충북대 정보통계학과 교수의 장녀인 김미연씨와 결혼했다.

신부 김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재원이다.

지난 2003년에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무가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 근무하던 이여진 외무관과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은 조석래 회장 부부가 모 행사장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씨를 눈여겨보고 아들에게 소개해 인연을 맺은 케이스다.

이밖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세창씨도 2003년 평범한 교육자 집안 출신의 김현정씨와 결혼했다.

총수뿐 아니라 기업의 고위 임원들도 사위나 며느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과거엔 의사 변호사 등 소위 '사자(字)' 출신의 엘리트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사람만 좋으면' 굳이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따지지 않는 추세다.

많은 고위 임원들이 "본인들이 좋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배정충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부회장)은 딸을 대학 때부터 사귀었던 삼성전자 평사원과 최근 결혼시켰으며 팬택계열의 김일중 내수총괄 사장도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모 차장에게 딸을 시집보냈다.

김 사장은 "딸이 어느날 '아빠 딸이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 즐겁게 사는게 좋아요,아니면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 시집가 재미없게 사는 게 좋아요'라고 묻는 말에 욕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