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예보)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에 대해 뒤늦게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국제중재를 신청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를 무효화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화의 대한생명 16% 추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막기 위한 행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예보는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 당시 호주계 생보사인 맥쿼리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면서 맺은 계약에 투자자 자격을 위배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대한생명 인수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위해 국제중재상사위원회(ICA)에 국제중재를 신청키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예보는 7월 초 신청을 낼 예정이며 판정까지는 6개월~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에 따르면 한화는 '보험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우대한다'는 매각공고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맥쿼리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켜 2002년 12월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책임자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및 법원 1·2심 결과,한화는 맥쿼리사가 인수하는 대한생명 주식(3.5%)을 1년 안에 되사는 이면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예보측은 밝혔다.

예보 관계자는 "한화와 맺은 이면계약을 보면 맥쿼리는 실제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에 대해 "예보는 생보사가 들어간 컨소시엄을 우대하겠다고만 했을 뿐 컨소시엄 내부에 어떤 계약이 있는지에 대해 통보 의무를 지운 바 없다"며 "법원에서도 컨소시엄 간 계약은 적법한 양자 간 계약으로 판결했다"고 반발했다.

한화는 특히 "예보의 중재 신청은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한 헐값 매각 논란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한화가 가진 콜옵션 행사를 막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화는 내년 12월까지 대한생명 지분 16%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현재 대생 지분은 한화가 34%,일본 오릭스가 17%를 갖고 있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한화가 단독 지분 50%로 경영권 독립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최종 판정을 받아봐야 알겠으나 법률자문 결과로는 계약 원천무효가 어려운 것으로 나왔다"며 "한화의 콜옵션 행사 포기 등 적절한 중재안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한화측 주장을 시인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