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원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환당국의 현실 인식과 정책 자세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너무 안이하다'는 것이 일부 시장 참여자와 수출 업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외환당국의 이런 입장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처럼 내수 비중이 높고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

또 외국인들의 주식 매입과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촉진시켜주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환당국의 인식처럼 환율 급락이 과연 일시적인 쏠림 현상이냐 하는 점이다.

일단 대외적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환율에 비탄력적이어서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달러약세만으로 적자 규모를 줄이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쌍둥이 적자가 축소되지 않는 한 지속적인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달러 가치를 받쳐왔던 미국의 금리인상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반면 일본과 유럽 금리는 경기 회복과 물가 불안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과의 금리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동 산유국과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 외환과 결제 통화를 유로화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점이다.

이 같은 추세는 미국의 경제 애국주의와 이에 따른 마찰 수준에 따라 의외로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 요즘 국제금융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내적으로는 외환당국이 이달 말까지 환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았던 주 요인인 외국인들의 배당금 송금 기대가 보유 주식을 늘려 나가는 제라미 시겔의 투자 기법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국내에 재투자되고 있다.

또 현재처럼 국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좋은 상황에서는 수출 대금을 보유할 필요성이 적은 상태다.

실제로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여건 때문에 환율 움직임 상에 비대칭성이 나타나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같은 규모의 달러 초과수요와 초과공급 요인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환율이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5원 정도 더 내려가는 것이 외환시장의 현실이다.

그런 만큼 요즘 환율 움직임을 외환당국은 좀 더 신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대내외 여건을 그대로 방치해 놓을 경우 환율이 의외로 낮은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당국의 정책 포지션인 환율의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만이라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외환시장 안정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이외에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외환 수급을 조절하는 대책으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경제주체 간 외환 수급상의 불일치(mis-match) 현상을 풀어줘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적정 수준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외화가 필요한 민간에게 대출해 줌으로써 과다 외환보유고와 신규 해외차입에 따른 환율 하락 요인을 완화해 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러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최소한 △외환시장 규모 확대 △원·엔 이외의 이종통화 직거래 시장 개설 △다양한 참고지표 개발 △보유통화 다변화 유도 등은 확충해 놓아야 요즘처럼 환율 급락시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외환당국도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