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와의 공개 법정논쟁을 벌인 아이칸측이 공개변론 바로 직전 KT&G에 "사외이사 1명을 보장해주면 소를 취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칸은 또 KT&G에 주당 7만원 선에 주식인수를 제안했다. 지난달 말 6만원에서 1만원 높인 것이다. 아이칸으로부터 잇단 제안을 받고 있는 KT&G는 그 의도와 배경을 파악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대전중앙지법 민사수석재판부(권순일 부장판사)의 심리로 9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아이칸과 KT&G의 공개변론에는 일반인 150여명과 취재진 3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법정 양측에 대형 스크린 2개를 놓고 양측 변호사는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방안,집중투표제 방식을 놓고 팽팽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오후 1시에 아이칸이 낸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날 대전중앙지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한 KT&G측의 한 변호사는 "아이칸이 사외이사 1명을 보장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내용의 제안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아이칸은 이미 우호지분 35%가량을 확보한 상태여서 주주총회에서 정상적인 표 대결을 펼치더라도 사외이사 1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가처분신청에서 질 경우에 대비해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원이 설사 원고의 요청을 수용,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아이칸측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아이칸측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KT&G측이 임시주총을 소집해야 정상적인 표 대결이 가능하다"며 "KT&G가 악의적으로 아이칸의 참여를 막기 위해 임시주총을 늦추거나 다른 방법으로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이칸은 이날 'KT&G 가치실현을 위한 위원회' 명의의 서신을 KT&G측에 보내 "곽영균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적정 주가를 7만원 선이라고 밝힌 만큼 이 가격이 적정하다고 입증할 수 있다면 인수가격을 이에 맞춰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아칸은 주식 인수를 위해 2조원(20억달러)을 마련했으며 자본금 중 50%까지 투입할 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번에 밝혔듯이 이것은 제안 사항으로 공개매수 개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10일까지 답신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서한을 접수받고 내용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아이칸은 지난달 이후로만 KT&G에 수차례 서한을 보냈다. 2월 초 주가부양요구에 대한 답신을,2월 중순에는 이사선임안 수정을 각각 요구했다. 2월 말에는 주식인수를 제안했다. 또 3월 초에는 회계장부을 열람하겠다고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칸이 이처럼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숙제'를 계속 내주는 것은 KT&G 경영진을 흔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KT&G는 아이칸이 새 제안을 내놓을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아이칸은 KT&G가 제안을 매번 거절하는 모양새를 취할수록 주주총회를 앞두고 KT&G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의 반감을 좀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KT&G가 스스로 7만원을 적정가격대라고 밝힌 만큼 이를 거부한다면 공개 매수의 빌미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경봉· 대전=김현예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