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가 평가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49억5000만달러였다. 이는 세계 주요 기업 중 20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5년 전인 2001년(64억달러)보다 22계단이나 오른 성적이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평가에서 일본 소니(28위)를 큰 차이로 제치고 아시아 기업 중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했다. 삼성이 '브랜드 경영'에 눈 뜬 것은 1996년.이건희 회장이 "기업 무형자산의 핵심으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략을 구상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다. 제품의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에게 알리지 못하면 팔리지 않는다는 게 당시 삼성의 판단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삼성은 제품 광고는 물론 스포츠 문화행사 사회공헌 등을 통해 무형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인지도를 높여라 삼성그룹 브랜드 경영의 주축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까지 '삼성이란 이름 알리기'에 주력해 왔다. 1999년 '제1기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따라 진행해 왔던 'Samsung DigitAll Everyone's Invited'란 슬로건이 그것.1기 브랜드 전략은 '삼성'이란 회사가 첨단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생각이었다. 이건희 회장도 지난해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점 육성할 것을 지시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2기 브랜드 전략이 '이매진?Imagine?'이다. 삼성전자의 새 브랜드 캠페인은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삼성전자의 제품이 사람들의 생활에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상상(Imagine)해 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제품 인지도를 높여가는 한편 감성적인 가치를 추구하자는 것. 특히 '운동화는 곧 나이키'라는 등식처럼 전자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Icon?'으로서의 삼성 브랜드를 만들자는 게 2기 브랜드 전략의 골자다. 즉 휴대폰 하면 애니콜을,냉장고 하면 하우젠을 떠올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스포츠·문화행사 등을 통해 브랜드 알려라 삼성은 또한 국내에서 '단순한 제품알리기=브랜드 경영'이란 등식을 가장 먼저 깨트린 기업이기도 하다.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제품 광고뿐 아니라 스포츠 문화행사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게 스포츠 마케팅.삼성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처음 참여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올림픽을 통한 이름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이 결과 나가노올림픽 당시 32억달러에 불과했던 브랜드 가치는 시드니와 솔트레이크 올림픽,아테네 올림픽을 거치면서 무려 125억달러로 네 배나 늘었다. 지난해에는 축구마케팅에도 뛰어들었다. 영국의 명문 프로축구 구단인 첼시와 오는 2009년까지 5년간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것.삼성과 첼시의 계약금액은 무려 1000억원으로 스포츠 마케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은 이 계약으로 향후 5년간 첼시 구단 유니폼 광고는 물론 첼시 경기장 내 펜스 광고권 등을 확보했다. 삼성측은 첼시 후원에 따른 광고효과만도 연간 6200만달러,5년간 3억1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은 2004년 영국 대영박물관과 프랑스 로댕박물관에서 첨단 디지털 제품을 선보이는 등 문화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또 스웨덴의 노벨재단이 운영하는 노벨박물관에 LCD모니터를 설치하고,러시아 모스크바의 최대 번화가인 트레베스카야에는 720평 규모의 '갤러리 삼성'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