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과실을 따낼 때.' 주요 기업들이 '포스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부산 APEC 기간에 21개국 정상을 비롯한 각국의 각료 기업인 언론인에게 '정보기술(IT) 코리아'의 진면목을 알린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력의 과시 차원을 넘어 신기술의 해외 진출을 통한 시장 선점에 '올인'한다는 구상이다. 'APEC 효과' 극대화 전략이다. 특히 행사기간 이뤄진 최고경영자(CEO)와 각국 정상 및 각료 간의 면담은 해외시장 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우선 삼성전자와 KT가 APEC 기간 중 세계 처음으로 개통에 성공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부터 해외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APEC 기간인 지난 18일 이탈리아 최대 통신업체인 텔레콤이탈리아(TI)와 와이브로 시스템 및 단말기 공급을 위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TI에 개인휴대단말기(PDA) 형태의 와이브로 단말기 50여대와 노트북용 PCMCIA카드 30여장을 시범 서비스에 사용하도록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두 회사는 특히 내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에서 와이브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올림픽에서 와이브로 시범 서비스가 이뤄지면 세계 시장에서 또 한차례 와이브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도 APEC을 기점으로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영국 무역투자청 특별대표 자격으로 APEC 기간 중 내한한 앤드루 영국 왕자와 내년 4월부터 런던에서 한·영 공동으로 지상파 DMB 시험방송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퍼스텔 온타임텍 등 10여개 업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럽에서 3번째로 지상파 DMB 시험방송 계획을 확정한 국가. 프랑스는 삼성전자로부터 단말기를 제공받아 다음 달부터 6개월간,독일도 내년 월드컵 기간에 12개 도시에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정통부와 기업들은 유럽 3대 국가 진출이 세계시장 석권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지상파 DMB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인 표준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SK그룹은 APEC 기간 중 최태원 SK㈜ 회장의 잇단 정상 면담을 계기로 중국 러시아 베트남 페루 인도네시아 등 전략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APEC 기간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단독 면담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쩐 득 르엉 베트남 국가주석 주최 만찬에도 초청받아 어느 정상 못지않은 활동을 펼쳤다. 모두 SK그룹이 내수시장 공략 및 자원개발 협력 대상국으로 정해 놓은 국가의 정상들이다. 특히 최 회장은 SK가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설정해 놓은 중국의 후 주석을 최고경영자 회의 기조연설자로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APEC에서 정상들과 만나 그룹의 비즈니스 전략을 소상히 설명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해당국과의 자원개발 협력은 물론 이동통신 서비스 등 내수시장 진출에도 적잖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APEC 기간에 미국 러시아를 제외한 19개국 정상들에게 에쿠스 리무진을 제공한 현대차는 '고급 이미지'를 심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정상들이 한국산 최고급 세단을 2박3일간 직접 타본 만큼 위에서 아래로 퍼지는 한국산 고급차에 대한 '폭포효과'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APEC에서 한국차의 이미지가 한 단계 높아졌을 것으로 판단,2007년 선보일 후륜구동 방식 럭셔리 세단의 해외 수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형호·류시훈·김동욱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