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현금 자산 10억원 이상을 맡겨두고 있는 PB(프라이빗뱅킹)고객들은 연일 쏟아지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아파트가 주요 투자대상이 아니어서 양도소득세율 인상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보유세 증가 및 실거래가신고제 등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도세보다는 보유세가 부담 부자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최고 82.5%) 방침에 대해선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보유세 강화에 대해선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양도소득세율이 60%대일 때나 80%대일 때나 집을 팔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금도 웬만한 강남권 40평형대 아파트를 팔면 3억~5억원을 양도소득세로 내놔야 한다. 이 정도의 세금을 내고 팔 사람은 드물다. 세율이 현 수준을 유지하든 더 높아지든 팔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 조치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여권에서 언급한 대로 과세 대상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지고 세부담 상승 제한폭이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한생명 FA(파이낸셜 어드바이저)센터 이장건 세무사는 "자산가들 중에선 정권이 바뀌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토지 매물 증가 토지 시장의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큰 땅의 매각 의뢰가 늘고 있다. 원인은 내년부터 시행될 실거래가 신고제와 각종 규제 때문이다. 하나은행 지은용 웰스 매니저는 "내년부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되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높아지는 까닭에 지금 싸게 파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산가들이 환금성이 낮은 큰 땅 위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생명 FP(파이낸셜 플래닝)센터 이형 부동산팀장도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토지 시장이 투기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각종 규제로 묶이자 차익 실현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일단 관망 자산가들은 아파트에 대해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부자들은 그동안 아파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하거나 팔려는 움직임은 없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 재테크팀장은 "자산가들은 일부 주상복합아파트에만 제한적으로 관심을 보여 왔다"며 "정부 대책은 부자들의 아파트 자산 운용에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