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린스펀(얼굴)의 힘이 또 다시 입증됐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9일 의회 증언에서 "미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자,달러화가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그린스펀이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전일 유로당 1.2234달러에서 이날 한때 9개월 만에 최고치인 유로당 1.2177달러까지 상승했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전일 달러당 107.31엔에서 107.78엔까지 오름세를 보였다. 개장 초 하락세를 보였던 주가도 일제히 급반등해 강세로 마감됐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0,503.02포인트로 전일보다 0.25%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2076.91포인트를 기록,전날보다 0.81% 올랐다. S&P 500지수 역시 1200.93포인트로 0.52%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그린스펀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한때 연 4%를 넘기도 했으나 이후 소폭 밀려 전일보다 0.013%포인트 오른 연 3.3949%로 마감됐다. 그린스펀은 이날 상·하양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볼 때 경기가 심각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리처드 피셔 댈러스 FRB 총재의 '금리 인상 8이닝 발언'을 부인하는 것이다. 피셔 총재는 이달 초 금리 인상을 야구에 빗대 "금리 인상이 8이닝에 들어섰다"며 조만간 FRB의 금리 인상 행진이 중단될 것임을 시사했었다. 그린스펀은 물가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론을 폈다. 그는 "고유가로 약간의 기복은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잘 억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생산성 증가 속도가 둔화되면서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있지만 인플레를 부추기거나 기업 이익에 타격을 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FRB는 오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