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대형 M&A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주요 기업들은 기존 대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하거나,외부세력의 지분보유를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등 경영권 방어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마쓰시타는 오는 6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기존 대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포이즌필(독약조항)'을 도입키로 했다. 적대적 M&A 세력이 주식공개매수(TOB)를 통해 발행주식의 20% 이상을 매집할 경우 기존 대주주에게 미리 정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대주주들이 신주를 인수해 지분을 늘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본 대기업이 포이즌필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타치도 경영진이 '적대적'이라고 판단한 주식매수세력이 15~20%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기존 주주에게 신주 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02년 개정된 상법에 따라 기업들이 포이즌필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세계적 택배업체인 미국 페덱스는 최근 정관을 바꿔 포이즌필을 도입했다. 페덱스는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투자자와 주주들의 사전 승인을 받아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 미국의 장거리 전화업체인 MCI도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동일인이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같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퀘스트가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규정을 내세워 원하지 않는 기업으로의 인수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최대 포털업체인 시나도 자국 게임업체 샨다의 공개매수에 맞서기 위해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포이즌필을 도입했다. 샨다가 시나 지분 0.5% 이상을 추가 확보할 경우 지분율 10% 미만의 주주들은 기존 보유량 만큼의 주식을 반값에 인수할 수 있다. 조사기관인 '기관투자서비스'에 따르면 세계 5천5백여개 상장기업 가운데 40% 이상이 이 같은 포이즌필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기업의 60%는 '임원 시차 선임제(staggered board)'를 도입하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김남국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