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보십시오.그동안 담수플랜트 분야에서 원가경쟁력을 확실하게 확보한 만큼 (중동시장을) 계속 뚫을 것입니다." 지난 8일 두바이 도심 쉐라톤호텔에서 만난 박용만 두산 부회장의 첫마디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탈리아 밀라노 출판 전시회에 참석한 뒤 막 도착한 그의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박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담수발전 건설장비 기계 등 도시를 만들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즈니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중동지역은 고유가로 인해 도시화가 급진전되고 있어 담수발전 분야만 해도 시장 규모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가 부회장 승진 이후 첫 해외 그룹 사장단 방문지로 중동을 택한 것은 역시 '오일달러'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고유가로 불어난 재정수입을 건설 담수·발전 도로 항만 등 도시 인프라 구축에 '올인'하면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중동에서 찾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쿠웨이트 사비야 및 슈아이바,카타르 라스라판,오만 소하르,리비아 벵가지 등 중동지역 9개국 10개 프로젝트에서 24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 중이다. 발전소 에너지를 활용해 가열한 해수를 압력이 다른 여러 단계의 증발 응축과정을 거쳐 담수를 생산하는 다단증발방식(MSF) 플랜트 시장에선 세계 시장점유율 30%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1982년부터 1995년까지 사우디 건설현장을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다녔다"며 "외환은행 특수무역계에서 근무하면서 중동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지급보증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으니 중동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앞으로 전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앞으로 10년간 전세계에서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가 7억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어요. 인구 1백만명이 넘는 도시도 3백30개나 더 생긴다고 합니다. 담수설비 확대와 원수보존 노력이 시급합니다." 그는 "이제 두산이 담수발전에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으니 보다 적극적인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밤늦게 오만에서 두바이로 돌아온 박 부회장과 두산그룹 사장단 일행은 9일 항공편으로 쿠웨이트로 이동,사비야 담수플랜트 현장을 둘러보고 10일 새벽 다시 두바이 공항을 통해 국제공작기계전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두산그룹 두바이지점 안현상 상무는 "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이 대거 중동행을 택한 것은 그룹의 성장전략에서 이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사례"라며 "중동의 오일달러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