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레 블레이저를 모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사진) 운전자보다 30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자동차보험 업계가 만든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미국에서 2000∼2003년에 발생한 운전자 사망 교통사고를 1백99개 모델별로 분류한 결과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가장 안전한 차로 나타났다고 15일 발표했다. 조사 기간 중 이 차를 몰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는 등록 차량 1백만대당 10명뿐이었다. 그 다음으로 안전성이 높은 차는 도요타 4러너,폭스바겐 파사트,렉서스 RX300,도요타 RAV4로 운전자 사망 건수가 등록차량 1백만대당 20건 미만이었다. 안전한 차량 모델 중 일본 도요타가 만든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3개나 포함돼 있다. 이에 반해 2륜구동 SUV인 시보레 블레이저를 몰던 사람은 등록 차량 1백만대당 3백8명이 목숨을 잃어 가장 위험한 모델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쓰비시 미라지와 폰티악 파이어버드의 사망 건수도 각각 2백건을 넘었다. 모델별로 세분하지 않고 차종과 중량끼리 비교한 결과에서는 크고 무거운 차가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2도어 세단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는 대형 고급 세단이나 미니밴을 모는 사람보다 최고 5배나 많았다. 하지만 전 차종을 포함할 경우 1980년대 말에는 1백만대당 1백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데 반해 이번 조사에서는 87명으로 줄어,전반적으로는 자동차 디자인이 안전하게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IIHS의 통계는 1999∼2002년산 모델만 비교한 것이다. IIHS의 자료를 해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고급 세단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시보레 블레이저보다 훨씬 안전하게 설계됐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E클래스 운전자가 시보레 블레이저를 모는 사람보다 평소에 운전을 조심스럽게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