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의 2단계 구조조정 방안은 1998년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이웅열 회장의 '벼랑끝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화섬경기 부진, ㈜코오롱의 장기파업,계열사의 경영 부실화 등으로 회사의 대외 신인도가 극도로 악화됐다고 보고 특단의 구조조정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이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그룹의 턴어라운드(사업구조개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산매각 본격화


코오롱 그룹이 이번에 내놓은 과천 본사는 새로 지어 입주한 지 5년도 채 안된 새 건물이다.


또 우정힐스CC 가든CC 등은 이 회장은 물론 스포츠 마니아인 부친 이동찬 명예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골프장이다.


코오롱이 '피 같은 자산'을 매각키로 한 건 그룹의 재무구조가 그만큼 악화돼 있기 때문.주력계열사인 ㈜코오롱은 화섬경기 부진과 장기파업에 따른 손실 등으로 지난해 1백5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백20%에 이른다.


HBC코오롱 코오롱캐피탈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잇따른 유상증자도 코오롱의 현금 흐름을 압박하고 있다.


◆사업구조 전면 개편


업계는 코오롱이 지난해부터 비업무용 자산 매각,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해온 것을 재무구조 개선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계열사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코오롱이 자산 매각 대금을 계열사 구조조정에 투입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회장도 이미 연초 신년사를 통해 화학 건설 패션 등을 중심축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코오롱 코오롱유화 코오롱건설 FnC코오롱 등을 주축으로 그룹의 체질을 개선시킨다는 것이 이 회장의 최종 목표다.


◆금호아시아나를 벤치마킹하라


이 회장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재기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우리도 2년정도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대적인 자산매각을 통해 수익성 위주의 경영구조로의 전환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를 배우자는 것.그러나 코오롱의 구조조정이 쉽지만은 않다.


계열사 임직원들의 강력한 의지와 희생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구조조정에 반발한 대규모 파업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코오롱은 영영 재기의 기회를 놓쳐버릴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