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의 죽음의 키스?' 최근 대형 투자은행들의 헤지펀드에 대한 영업의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가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영향이 대형 투자은행에까지 미쳐 순식간에 대형 금융위기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호황 누리는 헤지펀드=1998년 당시 최대 헤지펀드였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한 지 불과 7년밖에 안 됐지만 너도 나도 돈을 싸들고 헤지펀드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4백여개가 새로 생겨 현재 7천여개로 추정되는 헤지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은 총 1조달러 안팎에 이른다. 숫자와 자산 규모 모두 2000년 이후 5년 만에 두 배가 됐다. 헤지펀드 고객도 종전에는 일부 부유한 개인이 주축을 이뤘지만 이제는 각종 기금과 재단,기업연금 공공연금 등도 가세했다. 미국의 뉴욕 텍사스 오하이오 캘리포니아주는 운영 중인 일부 연금을 이미 헤지펀드에 투자했거나 투자할 계획이다. 컨설팅업체 그린위치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이 추가로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는 금액만도 2천5백억달러에 달한다. ◆투자은행 먹여 살리는 헤지펀드=저금리로 수익 기반이 취약해진 투자은행들은 앞다퉈 '헤지펀드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를 연결해 주는 고리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증권 위탁거래,결제,체결,계좌관리,대출,대주(貸株) 등 헤지펀드의 투자 관련 행위 일체를 대행해주는 토털 금융서비스다. 최근 투자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이에 따라 헤지펀드는 투자은행들로부터 최고 VIP 대접을 받는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은행들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1백50억달러의 수수료 매출을 올렸고,이 가운데 60억달러를 순이익으로 남겼다. 메릴린치의 가이 모즈코우스키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가 지난해 골드만삭스 순익의 4분의 1을 담당했고 모건스탠리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요즘엔 전통적인 투자은행 외에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BOA)까지도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위험한 공생관계=헤지펀드로부터 일감을 따내려는 투자은행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위험한 거래'가 늘고 있다. 고객을 다른 은행에 뺏기지 않으려고 무리한 대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세 회피를 위해 다수의 헤지펀드가 주소를 두고 있는 케이맨 군도에 대한 은행대출이 지난 98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헤지펀드들도 이 같은 점을 이용,보통 복수의 투자은행과 거래한다.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려주거나 과다한 레버리지를 쓰도록 허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상당수의 헤지펀드 매니저가 골드만삭스를 비롯 유명 투자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이 같은 거래를 부추긴다. 선후배나 전직 동료 관계인 이들은 서로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윌리엄 도널드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헤지펀드가 사고를 내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규제를 강화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최근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의 관계를 '달콤하지만 결국 파멸로 이끄는 마약과도 같은 관계'로 묘사,위험을 경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