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를 자제하고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겠다는 노조의 약속에 회사 측이 국내투자 확대로 보답했다. 국내 최대의 개별반도체 전문회사인 KEC는 4일 경북 구미공장에서 초소형 MOS(금속산화물)제조공정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신규 생산라인 기공식을 갖는다고 3일 밝혔다. KEC는 MOS팹을 연내 완공,오는 2007년말까지 1천8백12억원을 투자해 6인치 웨이퍼 월 2만장을 처리하는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생산이 본 궤도에 올라가면 연간 2천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KEC는 당초 이 공장을 민주노총 산하의 강성 노조가 있는 구미사업장을 피해 다른 곳에 지으려고 검토했었다. 해마다 임금협상철이 다가오면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단기 파업 등으로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곤 했기 때문.하지만 지난해 7월 노조가 회사 측이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투자를 늘려준다면 상호 신뢰에 입각해 쟁의행위를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노사합의서'에 담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곽정소 회장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조와의 협력적인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기존 구미공장 내에 부지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 MOS팹 공장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3백여개로 현재 1천2백여명에 달하는 KEC 근로자들은 당분간 실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람만 지키는 방식으로는 완벽한 고용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회사 측에 투자확대를 요청했다"며 "회사 측이 근로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믿어줬기 때문에 노조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