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직원 비리로 촉발된 시청료 납부 거부확산 등으로 퇴진 압력을 받아온 일본 공영방송 NHK의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회장이 결국 물러나기로 했다. 에비사와 회장은 6일 정례회견에서 "올해의 예산이 시청자에 대한 신뢰회복책의회답이 될 것"이라며 "예산이 국회를 통과해 신뢰회복을 궤도에 올린 단계에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력을 다해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사퇴 시기를 말할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에비사와 회장이 사퇴시기를 명확히 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거취'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NHK 간부들은 이날 발언을 공식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NHK의 예산은 오는 3월말 국회에서 심의, 승인될 예정이다. 에비사와 회장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직 쇼 담당 프로듀서가 제작비를 착복했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등 지난 10여년간에 걸친 제작비와 취재비유용, 허위 출장비 청구, 허위 감사 등 10여건의 비리가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면서공영방송의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일련의 스캔들은 시청료 납부 거부 움직임에 불을 당겨 지난달 11만3천 가구가시청료를 내지 않았다. 시청료는 매월 1천400엔이다. 특히 NHK 직원들로 구성된 '일본방송노동조합'이 이례적으로 에비사와 회장의사퇴를 요구한데 이어 참고인으로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갔는가 하면 2차례의 생방송을 통해 직원 비리를 사죄했다. 그러나 에비사와 회장이 자신의 진퇴를 언급하지 않은데다 이 방송의 고위간부들이 "우리들도 피해자"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2번째의 사죄 생방송때에는 1만건에 달하는 시청자 항의가 접수되는 등 에비사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청은 더욱 거세졌다. NHK는 연말 가요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의 시청률을 끌어올려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했다. 이를 위해 한국 탤런트 배용준의 섭외를 집요하게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 시청률은 사상 최저(39.3%)로 곤두박질쳐 오히려 에비사와 회장을 궁지로몰아넣었다.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에비사와 회장은 1957년 NHK에 입사했다. 정치부장과 전무이상, 부회장 등을 거쳐 1997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집권 자민당 실력자들과의 두터운 교분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으며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독선적 경영 스타일로 적이 많았다는 평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련의 불상사에 대한 시청자의 거센 불만을 경영진이정면에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한시라도 빨리 더이상의 출혈을 막아야 한다'는 조직적 위기감이 결국 7년에 걸친 '장기정권'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