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재계의 비상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고유가 지속과 환율급락에 따른 위기감이고조되면서 초긴축 경영과 환 헤지, 해외생산비중 확대, 수출 다변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환율급락과 고유가 등 내년 경영여건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최악의 상황 뿐만아니라 각 단계별 대응시나리오를 만드느라 부심하고 있다. 각 계열사들은 일단 1천원대에서 수정된 기준환율에 따라 내년도 경영계획을 다시 짜고있으며 전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되는대로 이르면 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환 헤지가 근본적인 환율대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품의 경쟁력 제고, 생산원가 절감, 해외시장별 현지화 전략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환율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해외생산 기지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 제품의 철저한 현지화, 해외마케팅 강화를 통해 원화절상에 따른환율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LCD 등 국내 생산 비중이 80%를 넘는 제품의 경우 기술 및공정개발 등을 통해 원가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LG그룹은 원화절상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 예상환율을 1천원선으로 잡고 이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세우는 한편 환율이 1천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경영 시나리오도 짜고 있다. LG그룹내 각 계열사들은 환 헤지와 유로화 결제비율 확대 등 기본적인 환율대책시행과 함께 계열사별 특성에 따른 대응책을 강구중이다. LG전자는 뉴욕, 홍콩, 베이징, 암스테르담 등 4곳의 `해외금융센터' 운영을 통해 해외법인별 달러 수급을 관리하는 한편 환율변동에 상관없이 안정된 수익을 낼수 있는 프리미엄급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도, 브라질,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생산 거점을 다원화하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사실상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최근 들어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일찌감치 초긴축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락과 고유가 장기화 조짐 등 국내외경영환경에 적신호가 켜지자 현대차그룹내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는 특히 내년도 사업계획의 기준치로 잡은 원.달러환율 1천50원선이머지 않아 무너질 것으로 보고, 환율 하락 단계별로 매출액 및 수익성 변동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 내년도 사업전략을 총체적으로 재검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연간 수출액을 30조원 안팎으로 볼 때 이 가운데 60% 가량이 달러 베이스 결제여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대략 2천억원 안팎의 매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현대.기아차 임원들에게는 정몽구 회장의 구두 지시로 `골프금지령'이 떨어졌으며 그밖에도 △국내 출장시 항공편 대신 고속전철 이용 △해외출장 일수 및인원 최소화 △통신비용 10% 절감 △사내 에너지 절감 생활화 △임직원 대상 원가절감 특별교육 등 고강도 비용절감 대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또 환율하락의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럽 등으로의 수출지역 다변화 △고부가가치 모델 수출 확대 △유로화 등 수출국 화폐결제 유도 △미국.중국.인도 등의 해외공장 현지화 강화 등 비상 조치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GM대우도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사무직 및 기술직 신규채용을 전면 동결키로 했다. SK그룹은 환율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이 많은 SK네트웍스의 경우 거의 100% 선물환 거래를 유지하고 있으며, SK케미칼은 달러 대신유로화나 엔화 결제를 확대하고 수출도 유럽이나 일본 등지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 수출업종인 조선업계는 원자재가 상승과 환율급락 등으로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환위험에 노출된 자금의 헤지를 통해 환율하락의 타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선박위주의 수주와 후판 사용량 절감,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설계기법의 개선을 통해 후판 등 자재 소요량을 최소화하고육상 건조공법 등 신공법을 개발하는 한편 각종 시스템과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내년 4월까지 업무혁신(PI)을 실시하고 오는 2006년 6월까지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체제를 구현함으로써 조직 및 업무관행의 혁신도 단행할 방침이다. 지난 5월 `비상경영'을 선포한 대우조선해양은 생산성 향상 목표치를 5%에서 7%로 높여잡고 원자재 일괄구매 등을 통한 재료비와 각종 경비의 절감 노력을 진행중이다.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도 비용을 한푼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처절한'노력을 펴고있다. 롯데백화점은 `에너지 긴축 운영안'을 마련, 영업시간 외에는 외부조명과 옥외광고물 조명을 소등하고 온수 온도를 50~60도에서 30~40도로 크게 낮췄다. 또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격층 운행하고 임직원 차량에 대해 10부제 운행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달 초부터는 매장 난방온도를 기존의 24도에서 20도로 낮췄다. 현대백화점은 `모니터 3진 아웃제'를 도입, 사무실 모니터를 안 끄고 다니다가3번 적발되면 신제품 교체시 가장 늦게 바꿔주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신세계는 직원들의 서랍에 있던 필기구 등 문구류를 모두 꺼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1회용 종이컵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싼 것으로 바꿨다. 또한 직원들의 장거리 출장시에 비행기 대신 고속철도(KTX)를 할인받아 이용할수 있도록 했다. 할인점인 신세계 이마트는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단 발행을 예년보다 5% 정도 줄여 부대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와함께 매장내 겨울철 난방 온도를 1도 낮추고 본사 및 매장의 온수 공급 온도 역시 5도 정도 낮춰 비용을 줄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