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콜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 유통수익률은 0.17%포인트 급등(채권값은 급락)했다. 한국은행은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달 콜금리 목표치를 연 3.50%에서 동결했다. 이로써 콜금리는 지난 8월 연 3.7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두 달 연속 동결됐다. 박승 한은 총재는 "경기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율(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물가)이 높아지고 소비자물가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데다 고유가 추세 등에 따른 추가 물가상승 압력이 우려돼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돼 있고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채권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시장 금리를 폭락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총재는 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시중자금의 단기화와 미국 금리보다 한국 금리가 낮은 역전현상에 따른 자금 유출,부동산 등 자산 거품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특히 "정부 말만 믿고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문제가 있다"고 말해 채권시장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같은 박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시장 금리가 폭등했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 3.46%에서 0.17%포인트 급등한 연 3.63%에 마감됐다. 국고채 5년물은 0.19%포인트 상승한 연 3.78%,10년물은 0.20%포인트 상승한 연 4.14%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한은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직접적인 표현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중앙은행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수침체 장기화에 수출 둔화까지 겹치면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내년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있었음에도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경기침체로 수요가 워낙 위축돼 있어 물가 관리가 잘되고 있다"며 "당장 시급한 것은 물가가 아니라 경기라고 볼 때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