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에서 참여정부 정체성 논란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우리 사회가 이념편향을 버리고 시장경제 원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발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총리는 12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경제 정책포럼 강연에서 "우리 경제.사회는 다양한 이념적 스팩트럼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면서 진보와 보수,개혁과 반개혁, 친시장과 반시장, 좌냐 우냐하는 이념적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총리는 "이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고의 다원화가 진행되고 있다는점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유독 반시장적, 근본주의적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기회의 균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이지 만인의 평등이나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우리 사회의 목표는 빈부격차의 해소가 아닌 빈곤타파가 돼야 하고 부유층에 대한 맹목적 반감도 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개혁의 노력도 좌냐 우냐하는 이념적인 차원이 아니라 '시장경제 확립과 경제선진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의 경우 전통적인 노동당의 이념지향적인 좌파 논리를 버리고 대처리즘의 시장주의 원리를 받아들이면서 장기집권이 가능해졌다는 좋은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 부총리는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부는 보다 진보적인 이념을 내세우는가 하면 다른 일부는 더욱 보수적인 생각을 주장하고, 일부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가 하면 다른 일부는 정부 역할의 축소를 주장하는 등 다양한 색깔과 목소리가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시장경제 원리 그 자체를 배척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학자들을 상대로 '무엇이 시장경제의 핵심이고 무엇이시장경제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인가를 구별해 일반 경제주체와 국민이 혼란에 빠지지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안국신 중앙대 교수가 같은 행사에 참석해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맹공을 퍼부은 뒤 이 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이 나오자 경제계는 발언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부총리의 발언은 평소의 시장경제적 철학을 밝힌 것으로 안 교수의 논문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념적 논쟁은 국가발전이나 경제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않는만큼 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는데 국민적 역량을 모으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