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과학기술 강국이다. '예술의 나라'라는 선입견에 묻혀 그림과 음악 패션 향수외에는 프랑스가 내세울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항공우주와 원자력기술은 세계 최정상을 자랑하고,정보통신과 수송분야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화학과 제약,건설기술도 세계 상위권에 올라 있다. 프랑스는 샤를 드골 대통령덕에 기술대국이 될수 있었다. 드골 전대통령은 2차대전직후 '과학기술대국 프로젝트'를 수립,장기적인 투자와 개발에 나섰다. 현재 전세계 정지궤도 위성 가운데 절반이 프랑스 위성일 정도로 프랑스가 우주강국이 된 것은 지난 반세기에 걸친 투자와 연구개발(R&D)의 결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연과학 고등교육기관인 에콜포리테크닉을 설립했을 정도로 프랑스는 기술의 중요성에 누구보다 일찍 눈을 뜬 나라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항공우주산업은 '아리안느' 우주로켓과 인공위성,'미라지' 전투기,초음속 여객기 등으로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미항공우주국(NASA)에 비견되는 국립우주개발센터(CNES)를 지난 62년 설립,유럽에서 제일 먼저 우주개발에 나섰다. 유럽 우주개발의 중심 역할을 수행중인 CNES는 우주개발 정책을 입안·실행하고,우주관련 기업들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보잉사와 세계 항공기제작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합작의 에어버스사 공장이 프랑스에 집중돼 있는 것만 봐도 이 나라가 항공우주분야의 선두 주자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기술의 파급효과와 국내산업의 자립,수출전략 등의 관점에서 항공우주산업을 적극 지원중이다. 현재 프랑스의 항공우주산업 관련 기업은 알카텔 등 약 2백개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항공우주산업 발전에는 고도의 통신기술이 필수적이다. 이에따라 프랑스의 통신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오늘날 지구촌에 인터넷 열풍이 불고 있지만 프랑스는 이미 몇년 전에 미니텔(Minitel)이란 정보통신 시스템을 구축,일찌감치 정보화사회를 이룩했다. 컴퓨터공학과 로봇 등 전기전자산업도 세계 6위권의 경제대국(국내총생산 기준)에 걸맞은 수준에 있다. 원자력 기술은 프랑스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전체 전력생산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량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다. 선진화된 원전기술은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고속철도 테제베(TGV)로 대표되는 운송교통 기술과 지하철 운영시스템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기술대국 프랑스의 또 다른 단면이다. 알스톰은 최첨단의 고속철 기술과 차량제작 능력을 보유한 세계최강 기업중 하나다. 르노와 푸조자동차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자동차산업은 생산량에서 세계 5위에 올라 있다. 이외에 건설·토목기술과 화학·고무·플라스틱산업,제약업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가 이처럼 기술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연구개발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연구개발은 전자 항공 화학 제약 자동차산업 등 기술집약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