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 후 첫거시경제 전망에서 "이 상태로는 5% 성장도 어렵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불과 한 달전 공개석상에서 6%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나 성장 전망을 갑자기 낮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전날 국회 대정부 질의에 답변하면서 올해 성장률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기업가 정신을 끌어주고 일자리를 늘리면 5%를 조금 넘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이 부총리의 이 같은 전망은 총선 출마를 앞두고 김진표 전 부총리가 6%대 중반성장론을 설파하던 것과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불과 한 달 전 본인 스스로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내용과도 전혀 다른 상황 인식이다. 이 부총리는 입각설이 나돌기 훨씬 전인 지난달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한.조흥은행 우수 경영자 초청 오찬 세미나에서 "올해 성장률이 6% 이상 될 것"이라며 김 전 부총리와 유사한 전망을 내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성장이 저조했던 데다 기술적 반등을 감안하면 6% 이상이돼야 정상 수준 회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여 6%도 부족할 정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와 함께 올해 경제 여건에 대해 "물가 상승 요인은 크지 않다"고 예상하고 "다만 미국이 달러 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지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아 환율이 걱정되며 수출이 성장의 70∼80%를 기여하는 반면 내수의 기여는 미미하고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빼면 경제 여건이 뒤바뀐 것도 아니지만 이 부총리는한 달 만에 성장 전망과 경제 상황 분석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이 부총리가 이처럼 말을 바꾼 배경에 대해서는 추측이 분분하지만 재경부 내부에서는 '바깥에서 볼 때와 책임을 맡고 안에서 볼 때는 다르다'는 견해가 많고 일각에서는 전략적 사고에 능한 이 부총리가 강도 높은 정책 추진을 위해 '분위기 조성'용으로 띄운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발언 내용의 취지가 무엇이고 어떤 근거를 갖고 한 것인지는 당사자만 아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어쨌든 이 부총리가 경기 전망을 생각보다좋지 않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정부는 5%대를 공식 전망치로 제시했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5.2%와 5.3%로 비교적 신중한 입장인 반면 골드만삭스와 CLSA는 각각 6.0%와 7.4%의 높은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