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에 일자리 3만개가 줄고 실업자는 6만9천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일자리가 1년간 19만2천개나 줄고 실업자는 4만2천명이 양산됐다. 청년 실업자가 일자리 감소분보다 적은 것은 구직 단념자가 많아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작년의 취업자는 2천213만9천명으로 2002년의 2천216만9천명에 비해 3만명(0.1%)이 줄었다. 취업자가 줄었다는 것은 일자리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의미로 연간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127만6천명이 감소한 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더욱이 2002년에는 일자리가 59만7천개(2.8%)나 증가했다가 지난해에는 갑자기 감소세로 전환돼 피부로 느껴지는 구직의 어려움은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업종별로는 소비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가 585만2천명으로 14만6천명(2.4%)이 줄었고 자영업주는 604만3천명으로 14만7천명(2.4%)이 감소했다. 또 경기를 많이 타는 일용근로 취업자도 213만명으로 30만3천명(12.5%) 줄었다. 농림어업 취업자도 195만명으로 11만9천명(5.8%)이 감소했고 제조업은 공장들의 해외 이전 여파로 취업자가 전년보다 3만6천명(0.8%)이 적은 420만5천명에 그쳤다. 반면 부동산 활황의 덕을 본 건설업은 취업자가 181만6천명으로 7만명(4.0%)이 늘었고 공공서비스는 613만9천명으로 19만9천명(3.4%), 전기.운수창고업은 216만명으로 3천명(0.1%)이 각각 증가했다. 임시 근로자는 500만4천명으로 11만8천명(2.4%)이 증가해 경기 침체로 고용 상태가 불안해졌음을 반영했다. 연령별로는 15~19세의 취업자가 27만2천명으로 4만1천명(13.1%), 20~29세가 433만5천명으로 15만1천명(3.4%), 30~39세 618만6천명으로 2만6천명(0.4%)이 각각 감소하는 등 30대 이하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0~49세 취업자는 603만1천명으로 17만5천명(2.4%), 50~59세는 317만3천명으로 7만5천명(2.4%)이 각각 증가했다. 실업률은 작년에 77만7천명의 실업자가 길거리로 쏟아지면서 3.4%를 기록, 전년의 3.1%에 비해 0.3% 포인트(6만9천명)가 올라갔다. 연간 실업자가 증가한 것도 92만2천명이 늘어난 98년 이후 처음이다. 여성의 구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 실업자는 28만9천명으로 2002년에 비해 4만8천명(0.6%)이 증가했다. 남성 실업자는 48만7천명으로 전체 숫자는 많았지만 증가 인원은 2만명(0.1%)으로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12월 중 15~29세의 청년 실업자는 전달보다 3만8천명이나 늘어나 전체 실업자 증가 인원(3만3천명)을 웃돌았다. 실업자가 다른 연령층에서는 줄었으나 청년층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이에따라 청년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1.6% 포인트나 치솟았다. 여기에 12월 중 취업 활동을 포기해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 단념자 10만8천명과 주당 근로시간이 18시간 미만인 불완전 취업자 79만6천명도 광의의 실업군에 해당돼 실제 느껴지는 고용 사정은 더 나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층 실업률이 높은 것은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청년층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원인도 크다"고 지적하고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