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요 그룹들의 경영 키워드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다. 최근 몇년간 변함없이 이어져온 경영 화두다. 하지만 그룹 회장들의 신년사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장한 각오가 담겨 있다. 수사적 표현에 흐르기 쉬웠던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이라크 전쟁과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카드금융 부실과 대선자금 수사 등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경영전략에 적잖은 차질을 겪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세계 1등 제품을 확대하고 현지 중심의 1등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어려운 이웃을 돕고 협력업체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나눔경영''상생경영'도 본격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오는 5일 시무식에서 직접 신년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와 LG카드 사태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신뢰회복 및 정도경영과 관련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길승 SK 회장 역시 "가치 재무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자"고 독려하고 나섰다. 손 회장은 "2003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예기치 않았던 일련의 사태로 사회에 물의를 빚고 수많은 임직원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면서 "새로운 각오로 고객신뢰 회복과 재도약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새해는 오는 2010년 글로벌 톱5 진입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해"라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기업의 단선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내실화 전략을 마련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의욕과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중국시장 확대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며 "지속적인 경영혁신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도 '이제는 변화할 때(Time To Change)'라는 새해의 경영화두를 제시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고객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초일류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업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와 금호는 '가치 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단위사업의 수익력과 내재가치를 향상시키고 금융·제조업의 비교우위를 확고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박삼구 금호 회장은 "상시 구조조정체제를 확립해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항공 석유화학 타이어 등의 핵심사업들의 경우 외풍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