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의 대달러 환율이 29일 유로화 도입이후 처음으로 1.25달러 선을 돌파했다. 유로화는 런던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부터 종전 기록인 1.2469달러를 넘어선뒤 정오 께에는 1유로에 1.2510달러로 치솟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휴 전 마지막 개장일인 지난 23일 유로당 1.2407달러였던 공시 환율을 1.2499달러로 조정했다. 앞서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는 유로 당 1.2508로 거래돼 종전 기록인 1.2429를 깼다. 달러화는 또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106.91엔으로 거래돼 지난 24일의 107.43에서 또 하락하면서 지난 3주일 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엔화에 대한 달러 약세는 일본 정부가 악성부채가 예상 보다 빠르게 해소되며 재정 건전화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고 발표한데 힘입었다. 그러나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근본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유럽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올들어 대유로화 가치가 이미 16%나 떨어진 달러의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중에는 유로당 1.30달러선을 넘어서고 1.35달러에 까지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은 이같은 유로화 급상승세 행진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FTD)이 익명의 ECB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ECB가 유로화의 대달러 가치 급등으로 인해 기존의 유로권 성장 및 인플레 전망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유로화 급등으로 우리의 경제 전망에 불확실한 요소가 발생했다"며 "당초 내년 성장률을 1.6%, 물가상승률은 1.8%로 각각 잡았으나 향후 4-8주 동안 유로화 환율 동향에 따라 `전체적인 구도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환율이 경제 상황 평가에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금리정책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로화 급등으로 인한 부정적 요소가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클라우스 리프셔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화 환율이 아직 "장기적 평균치 내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고 경제지 한델스 블라트가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ECB 이사인 리프셔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보도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도 현재 유로화 환율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나 우려할 이유가 없어 매우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프셔 총재는 그러나 "현재의 환율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중앙은행이든 저마다 장기적인 환율안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추후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ECB가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ECB 관계자들은 유로화 환율이 1.3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 유로권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유로화 강세는 유럽의 구매력을 강화시키고 수입제품 가격인하효과로 물가억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