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기 저점 통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도소매판매가 60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얼어 붙은 소비 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도소매판매 감소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산업용 중간재와 기계장비 판매의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 최근의 소비 심리 위축이 기업의 투자 감소로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전망을 보여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의 산업생산은 사무회계용 기계와 섬유제품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출 증가에힘입어 작년 11월보다 4.7%가 증가, 6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그러나 10월의 7.4%보다는 상승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평균 공장가동률은 80.0%로 호황기의 80%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 10월보다는1.2% 포인트가 떨어졌다. 생산자 제품 출하는 내수의 경우 영상음향통신, 사무회계용 기계 등의 부진으로작년 같은 달보다 2.6%가 감소했으나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의 호조로 15.4% 증가해 전체적으로 3.7%가 늘어났다. 그러나 도소매판매는 소비 심리 위축 지속으로 도매, 소매, 자동차 판매 등 전부문에서 위축되며 3.7%가 감소해 지난 1998년 11월의 마이너스 8.0% 이후 최악을기록했다. 특히 도매판매는 산업용농축산물과 1차금속제품의 판매가 늘었지만 기타 산업용중간재(-7.8%), 음식료품(-5.0%), 기계장비(-3.1%) 등의 판매 감소로 인해 전체적으로 3.6%가 줄어 98년 11월 -4.1% 이후 가장 나쁜 수치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통신기기, 자동차 및 정밀기기 등에 대한 투자가 감소해 작년 동월대비 8.1%나 줄었다. 이는 수출이 잘 되는 영상음향통신기기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지만 서비스업 등 내수 관련 산업은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건설공사는 민간 및 공공 발주 공사 실적이 모두 호조를 보여 작년 동월 대비 15.1%가 증가했으나 공사 수주는 15.1%가 감소했다.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9로 전달보다 0.6 포인트가 증가해 4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고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2.5%로 1.0% 포인트 올라 5개월째 상승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정치 불안으로 기업들이 공장가동률만 높이고 설비투자는하지 않고 있어 문제이지만 생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소매판매는 감소 폭이 둔화되는등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