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산세의 급격한 개혁에서 후퇴해 현실적인 조정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강한 조세저항에 부딪힌 데다 정부의 인상계획이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강남의 수억원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낡았다는 이유로 지방의 새 아파트보다 재산세를 덜 부담하는 현행 재산세의 문제점'을 단숨에 해결하기 위해 재산세를 최고 7배(서울 강남 일부 아파트)나 올리는 방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재산세 개혁을 추진해온 행자부는 당초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시의 경우 평균 25%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로 일선 구청들이 행자부안을 적용해본 결과 평균 45.4%나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일선지자체들과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또 정부는 아파트 값은 비싼데도 재산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한 서울 강남에 초점을 맞춰 재산세를 대폭 올릴 계획이었으나 실제 강남과 지방 일부 대도시지역도 재산세 추가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국적인 조세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서울시와 25개 구청은 평균 24.2% 인상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현행 재산세 제도상 보장된 단체장의 재량권(재산세인상률의 50%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부에 대한 압박을 더해갔다. 이에 따라 고건 총리는 19일 관계관 합동회의를 열고 지자체 반발이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당초 최고 7배 인상에서 최고 3∼5배로 하향조정하는 선에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바뀔까=정부는 우선 행자부의 당초안(서울시의 경우 평균 45.4% 인상)과 서울시의 건의안(행자부안의 절반 수준인 24.2% 인상)을 절충키로 했다. 구체적인 인상률은 조만간 재산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정키로 했다. 국세청 기준시가별 가감산율도 소폭 조정될 전망이다. 행자부 당초안은 마이너스 20%에서 1백%까지를 가감산하는 것인데 반해 서울시는 마이너스 20%에서 60%까지의 수정안을 건의해 놓은 상태다. 재산세 과표(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를 계산할 때 주요 변수인 신축건물 기준가액은 행자부안(㎡당 18만원) 대신 서울시 건의안(㎡당 17만5천원)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과표 가감산율의 기준에 대해선 서울시 건의(국세청 기준시가 총액) 대신 행자부안(㎡당 국세청 기준시가 가액)을 채택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당 국세청 기준시가를 토대로 가감산율을 적용하면 중산층이 많이 사는 30평형대 아파트에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며 기준 변경을 건의했었다. ◆정부가 입장을 바꾼 까닭=서울시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산세 개편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던 행자부는 지난 18일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정부안 조정을 중과세 방침 후퇴로 보면 안된다"는 등의 관계자 언급이 이어지면서 조정 불가피 분위기가 감지됐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방세 과세표준심의위원회도 "재산세 절대액수가 낮아도 한꺼번에 7배를 인상하는 것은 '세정의 난맥상'"이라고 지적해 정부 당초 인상안의 개정론에 불을 지폈다. 또 서울시 일선 구청장들이 현행 지방세법에 보장된 재량권을 행사할 경우 중앙정부에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도 정부를 타협으로 몰았다는 후문이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