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5.3%로 대폭 상향조정하는 등 새해 국내 경제에 대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신중한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내년 전망치를 5.2%로 내다봤고, 프랑스계 증권회사인 크레디리요네증권아시아(CLSA)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7.4%로 점쳤다. ◆ 5%대 성장전망 우세 KDI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5.3%로 전망, 3개월 전 전망치보다 0.5%포인트 상향 수정했다. 세계 경제 회복이 앞당겨져 수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민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본격 회복될 것이라는게 KDI측 설명이다. 이에 앞서 금융연구원(5.8%) 산업연구원(5.5%) LG경제연구원(5.1%) 등도 5%대 성장을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4.3%)와 현대경제연구원(4.5%) 한국경제연구원(4.8%)은 아직까지 4%대 성장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의 수출 호조세를 반영, 이달 하순께 성장률을 상향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 경기 회복에 기대 KDI는 내년 상반기중 수출이 14.3% 늘어나고 하반기에는 설비투자가 15.2%, 민간소비는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중 수출 주도로 경기가 회복되는데 이어 하반기부터는 그 에너지가 내수쪽으로 흘러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자극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는 것.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는 올해 극심하게 부진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큰 폭의 반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 증가로 민간소비 위축이 계속될 수 있고 기업들도 국내보다는 중국 등 해외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소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가계부실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할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긴축재정 기조 유지 권고 한편 KDI는 내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소 긴축적인 재정운용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내년 예산안을 3조원 늘리겠다는 정부안에 사실상 반대한 셈이다. KDI는 또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금부담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법인세 인하시기를 1년 앞당기거나 가전제품과 내구소비재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를 대폭 인하 또는 철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부동산 보유세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외환보유액의 과도한 증가는 수출과 내수의 괴리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해 환율 하락을 용인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현승윤ㆍ안재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