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LG카드 매각과 SK 경영권 분쟁 등 최근 경제계 핫 이슈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매각절차에 들어간 LG카드는 원매자가 없으면 직접 떠안겠다고 선언했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SK 에 대해서는 "백기사(우호세력)"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개천명했다. 산업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금융시장과 기간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국책은행으로서 적절하게 처신하는 것이라고 금융계는 평가했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18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국책은행으로서 LG카드 정상화를 위해 최후의 보루 또는 해결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매각작업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이 직접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LG카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인수해 제대로 관리하면 엄청난 힘과 수익력을 갖춘 회사로 바꿀 수 있으며 가격도 지금보다는 높일 수 있다"이라며 "상업적 베이스에서 판단해도 LG카드 인수는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유총재는 이에 따라 LG카드 인수 입찰에는 일단 응찰하지 않고 지켜볼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7개 채권은행 가운데 산업은행의 노하우나 자금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말해 다른 은행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총재는 7개 채권은행이 LG카드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과 관련,"현재로선 LG카드의 기업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오는 20일 실사결과가 제출되면 은행들마다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우리금융지주회사와 하나은행을 지목하며 "우리금융은 증권부문이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어 LG증권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하나은행은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위해 증권과 카드의 덩치를 늘리는 데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개인의견을 제시했다. SK(주)의 자사주 10.41% 가운데 7%가량을 하나 신한 등 시중은행들과 함께 인수하는 것에 대해선 "SK 경영권이 소버린 자산운용에 넘어가면 SK네트웍스의 구조조정계획이 무산될 것이고 1조원 이상의 채권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은행들도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SK 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채권은행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자사주 매입의 필요성에만 공감한 정도이고 최종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며 "특히 지분 인수 후 SK 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