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호조·내수위축'으로 요약되는 최근의 경기 상황이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초반과 매우 흡사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98년의 경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산업생산이 급감했다. 97년 12월부터 산업생산은 마이너스(-0.4%,전년 동월비)로 돌아섰고 이같은 생산 감소세는 98년 2월(1.8%) 한 달을 빼곤 그해 10월까지 이어졌다. 같은 기간 내수출하가 최고 30%까지 뒷걸음질치는 등 국내 소비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던데 따른 것. 당시 수출 출하는 매달 15% 넘게 늘었지만 급감하는 내수와 이로 인한 전반적인 산업생산 부진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 역시 매달 30% 가까운 뒷걸음질을 계속하면서 '성장능력 고갈'에 대한 우려를 한껏 높였다. 올들어서도 산업생산은 최근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부진은 외환위기 직후를 뺨칠 정도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 내수출하는 올들어 마이너스를 넘나들며 위축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출 출하는 최저 5%에서 최고 18.5%까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의 투자 위축 현상도 98년 상황과 판박이다. 올들어 미미한 수치라도 설비투자(추계치)가 증가한 달은 3월(0.1%)과 6월(2.7%) 두 달에 그쳤다. 올해와 98년엔 다른 점도 있다. 98년에는 대대적인 부동산 경기 진작과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부양할수 있었지만 지금은 두 가지 카드 모두 사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 기업인들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혼란과 비자금수사에 내몰리면서 의욕이 크게 위축돼 있어 당분간 극단적인 경기 양극화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