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개인입보 문제를 놓고 채권은행단과 LG그룹이 정면으로 대치, LG카드 사태가 자칫 파국으로 치달아 `제2의 카드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23일 오후부터 LG카드가 부도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한 막후 절충에 착수, 결과가 주목된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오너의 개인입보 없이 LG그룹의 카드 살리기 의지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2조원을 쏟아부어야할 채권단으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다만 현 상태이 지속될 경우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기때문에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덕훈 우리은행장과 LG그룹 강유식 부회장이 시내 모처에서 회동,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은 구 회장 개인입보가 불가능할 경우 LG그룹 오너일가 특수관계인 94명가운데 주요 특수관계인들의 지주회사 ㈜LG 지분 10%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LG측과 절충을 시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나 LG 모두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오늘 밤늦게 까지 좋은 결론이 내려질 수있을 것"이라고 말해 대타협을 통한 극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채권단은 지난 22일 주말을 이용한 막판협상에서 LG그룹에 대해 신규자금 2조원지원 조건으로 구 회장의 지주회사 ㈜LG 지분 5.46%(21일 종가 기준 1천327억원)의담보제공과 함께 구 회장의 개인입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보완한 수정 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개인 입보는 그룹 오너가 LG카드 정상화 의지를 더 분명히 하는 차원의 상징적 조치로 과거 대우 김우중 회장이나 SK 최태원 회장 등도 여러 차례 보증을 선 사례가 있다"며 "LG측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원칙대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구 회장의 개인입보가 들어간 수정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신규자금 지원은 물론 만기연장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구 회장의 개인입보는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담보로 맡기는것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LG그룹 고위관계자는 "LG그룹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회장이 보유중인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개인자격의 보증을 설 경우 만약의 경우 경영권 자체가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며 "기존 확약서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8개 채권은행은 LG측이 24일 오전 10시까지 수정확약서를 내지 않을 경우 기존확약서에 대해 은행별로 여신협의회 등을 통한 내부 검토를 거쳐 신규 자금 지원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부 채권기관들은 LG측과의 개별협상 과정에서 개인입보 문제를 양보하기도 했으나 8개 은행중 단 한곳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신규자금 지원은 무산된다. LG측이 제출한 확약서에는 구 회장의 ㈜LG 지분 5.46% 담보외에 10조4천억원 규모의 LG카드 매출채권, LG그룹 대주주가 보유한 LG카드 지분 16%와 LG증권 지분 4%(시가 2천200억원 상당)를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채권단의 지원이 무산될 경우 LG카드는 당장 24일부터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내몰려 부도처리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LG카드는 이미 유동성 고갈이 심화되면서 22일 오후부터 현금서비스가 전면 중단돼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LG카드는 은행 예치 잔고 부족으로 지난 21일 3시간 반 동안 현금 서비스가 중단된 데 이어 22일 오전부터 우리은행.농협.전북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현금 서비스가 중단된데 이어 오후 3시30분부터 현금서비스를 전면 중단됐다. 금융 감독 당국 관계자는 "다소 불편은 있겠지만 현금 서비스 수요가 많지 않은주말이어서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양측 모두 LG카드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의 파급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발씩 물러서서 극적인 타협점을 마련하면 24일부터 큰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노효동.현영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