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해오던 각종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는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검찰수사의 타깃이 되고 있는 몇몇 대기업에서는 고위임원에서부터 일반직원들에 이르기까지 심리적 위축감과 공황 상태가 확산되고 있어 사실상 일손을 놓는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당초 이르면 연내 유럽공장 부지를 확정짓는다는 계획하에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경영진과 실무진이 현지방문에 나서는 등 유럽공장 부지선정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이후 검찰수사 등 국내사정이 복잡해지면서 더이상 진척되지 못해 연내 부지 확정은 물건너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또 미국 앨라배마 공장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내달초 4억달러 규모의해외채권을 발행키로 했으나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잇단 국내외 악재를 이유로 금리를 0.3-0.5%포인트 가량 인상할 것을 요구하자 발행을 연기했다. 현대차는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서도 각 실무부서에서 사업안을 확정짓지 못하고재경.기획 파트와 아직 협의단계에 있으며 연말 인사도 수사진척에 다른 긴장상황이지속되면서 사장단을 포함한 고위임원 인사 하마평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출금 상태인 LG는 매년 연말에 열리는 계열사별 혁신활동 발표회가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구체적인 투자대상 및 규모 등 내년 사업계획에 대한 의사결정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 연말 사장단 및 계열사 임원인사를 앞두고 구체적인 인사고과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데 아직 인사안을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통상 연말에는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으나 올해는 이를 취소하고 내년 2월초까지 해외출장 스케줄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측에 1억원을 개인 명의로 전달한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은 통상 연말연시 캐나다. 미국.유럽 등지로 IR을 떠났는데 올해는 경영지원실장이 대신 나갈 예정이다. 올 2월부터 검찰수사를 받아온 SK는 최태원 회장 등 오너들의 경영활동은 안정을 되찾고 있으나 설비투자와 해외사업 등에 대한 의사결정은 답보상태가 계속되고있다. 또 주력계열사인 SK㈜가 장기계획으로 추진해오던 전력 및 가스사업이 진전되지않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업제휴도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이다. 항공업계는 12월이 항공화물 최대 성수기이고 학교 방학이 시작되면서 여객수요도 크게 늘어나는 시점이어서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사업자체 조정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회사CEO들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된 이후 회사 분위기가 비상상황을 맞고 있어 전반적인회사 분위기가 크게 외축됐다는 것이 임직원들의 말이다. 삼성물산과 LG상사 등 무역업계는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수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상사는 계열사간 계약문제 등이 최종 결정되지 않아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고 수사 진전상황에 따라 인사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물산도 사업계획 조율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