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사들인 일부 지분이`5%룰' 위반으로 의결권 제한 등 제재조치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반전을 거듭해온 현대 경영권 분쟁 사태가 또다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로서는 현회장측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지만 KCC측이 현회장측의 유상증자 방침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여서 법원의 결정내용에 따라 상황은 또다시 역전될 수 있는 상태다. 특히 정명예회장은 지분매입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난데다 정몽헌회장 유가족과 현대그룹 임원진이 정주영 체육관 개관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기간부터 사모펀드를 통해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져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명예회장 5%룰 위반..지분구조 역전되나 = 금융감독원은 KCC측이 20일 정정공시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가 뮤추얼 펀드를 통해 확보한 현대엘리베이터지분 7.81%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며 처분명령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유리패시브, 유리쥬피터, 유리제우스 등 3개 뮤추얼펀드가 KCC의 특수관계인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미 5%이상을 가지고 있을 때 1%이상 지분변동시 5거래일 이내에보고토록 한 규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신한BNP투신운용 사모펀드를 통해 확보한 12.82%도 정명예회장의단독 보유가 확인됨에 따라 5%룰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 지분의 소유권은투신사에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의결권을 제한할 수는 없으며 실제 주주총회에서행사됐을 경우 정당성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뮤추얼펀드에 대한 의결권 제한 조치로 현재 31.25%(정 명예회장+KCC+고려금강화학+고려시리카펀드) 수준인 정명예회장측의 의결권 가능 지분은 23.44%로 낮아지며 사모펀드 매입분 12.82%에 대한 제재조치까지 뒤따를 경우 10.62%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이는 현회장의 우호지분(26.11%)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범현대가'를 다 합친다 하더라도 정명예회장의 우호지분은 현 44.39%에서 뮤추얼펀드 의결권 제한으로 36.58%로, 사모펀드까지 제재조치를 받으면 23.76%로 낮아진다. ◆법원결정-현회장측 후속대응 주목 = KCC측이 현회장의 유상증자 방침에 대해제기한 신주발행무효 가처분 신청의 결과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현회장측에게는 정명예회장 지분 7.81%에 대한의결권 제한 조치에 이어 또하나의 `호재'가 될 수 있다.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추진, 우리사주 조합 우선배정분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려정명예회장측 지분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 있는데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지분 증가로 정명예회장의 지분에 `물타기'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양측은 `박빙'의 지분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뮤추얼펀드에 대한 의결권 제한 조치로 정명예회장측 지분이 23.44%로 떨어진다해도 현회장의 우호지분(26.11%)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현회장측 지분은 범현대가 전체 지분(36.58%)에는 못미치는 상황이어서 현회장측으로서는 안심할 처지가못된다. 이 경우 양측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치열한 표대결을 펼쳐야 하며 현재 정명예회장쪽으로 분류되고 있는 범현대가가 어느 편을 들어줄지 여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전망이다. 특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현회장측은 정명예회장의 사모펀드 매입분(12.82%)에 대한 소송으로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명예회장 도덕성 논란 = 정명예회장의 지분 매입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남에 따라 KCC측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지분매입 의도를 알리지 않은 채 공시 의무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사모펀드를 내세워 지분을 대량 사들인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명예회장의 지분매입 시점도 일부에서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명예회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지난달 7일은 류경 정주영 체육관 개관식 참석차 현회장 등 유가족과 현대 계열사 사장단, 임직원 등이 모두 평양을 방문(10.6-9일)하던 중이었다. 정명예회장도 당초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며칠전 불참을 통보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명예회장은 지난달 7일 11만7천580주에 이어 9일 15만6천150주를 매집하는 등체육관 행사기간 총 27만3천730주를 사들였다. 현대측은 "정명예회장이 사모펀드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가 현대 관계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기간이었다는 점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힘들지 않겠느냐"며 "특히 그가 내세우는 대로 경영권 방어 목적이었다면 왜 굳이익명으로 매입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함께 정명예회장이 20일 `KCC 정상영 명예회장의 심경'이라는 글을 통해 "대북사업은 전문가인 김윤규 사장과 협의해 적절히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부분도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털어버린다는 생각'이라는 당초 KCC의 발표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그룹 계승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대북사업 포기방침으로 여론이 부정적으로돌아가자 입장을 번복, 일관성을 결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CC 관계자는 "정명예회장이 정주영 체육관 기념행사때 사들인 지분은 미미한 수준인 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북사업에 대해서도 일부 오해에 대해 정명예회장이 정확한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