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리더십 부재(不在)가 심각하다. 부안은 불타는 중이고,주요 도심은 노조 등의 폭력 시위대에 걸핏하면 점령되는 등 치안 부재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정치권은 정쟁(政爭) 중이며,기업인들은 산업현장이 아닌 검찰청사에 줄줄이 '출근'해야 하는 비정상적 상황이다. 국가 주요 사안 중 깨끗하게 마무리되는 것을 찾기 어렵고,심지어는 담뱃값 인상 문제조차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는 등 국가 의사결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다급한 주요 경제 현안만 해도 그렇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한·미투자협정(BIT) 등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농업대책,영화 스크린쿼터 제도 등도 이해집단의 압력에 휘둘리고 있다. 노사분규는 '동투(冬鬪)'로 치닫고 경부고속철 및 서울외곽순환도로 건설계획은 지역·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장기 표류하고 있는 데도 책임지고 해결할 국정 리더십은 실종된 지 오래다.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선언과 집권 여당의 분해,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란 등으로 주요 국정 현안을 조율할 정치 리더십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행정부 내에서조차 정책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를 마비상태로 몰아 넣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도 방향을 못잡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의 수사방향을 놓고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각각 다른 내용의 의견을 밝힌 것은 단적인 예다. 부안 방폐장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도 대통령과 총리,주무부처 장관의 말이 제 각각이었다. 고건 총리는 20일 "연내 주민투표를 통해 찬반 의사를 묻겠다"고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튿날인 21일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여서 물리적으로 연내 실시가 어렵다"며 곧바로 총리의 말을 뒤집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방폐장 문제는 선(先) 질서 회복이 중요하다"며 "내년 7월까지로 예정돼 있는 과학적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리더십의 복원이 시급하다. 자칫 무정부적 혼란상태가 지속될 경우 세계적인 경기회복 과정에서 완전히 낙오자가 되고 말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학영 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