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관 < 산업기술시험원 원장 > "시장이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소니도 개혁하려 애썼지만 결국 시대 변화에 추월당하고 말았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이 앞으로 3년간 전세계 소니 사업장 종사자의 13%에 해당하는 2만명을 감원하고 4천7백개에 달하는 부품 및 원자재 공급회사를 1천개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면서 토로한 말이다. 소니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전세계를 풍미한 가전제품의 대명사다. 그래서 소니의 구조조정 소식은 필자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충격이다. 전문가들은 소니 쇠퇴의 원인으로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을 꼽는다. 예를 들어 TV의 경우 독자 개발한 브라운관 기술에 집착하는 바람에 박막형TV 등 디지털가전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소니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소니의 쇠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기술개발, 그리고 변화추구가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무언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다행히 정부는 지난 7월 미래성장을 주도할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디지털TV,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등 10대 산업군을 선정발표하고 구체적인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고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혁신의 주역인 산업계나 학계가 제역할을 못한다면 그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철저히 산업계를 중심으로 편성돼야 한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중심이 돼야만 그만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차제에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 사후에라도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사회ㆍ경제적 성과를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대학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학생을 양성, 공급할 수 있도록 이공계 교육과정의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을 위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전문학원을 다녀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혁신주도형 경제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투명경영은 물론 신산업 창출이 가능한 첨단신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90년대까지는 자본 노동 등 요소투입의 증대만으로 성장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투입주도형 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산업자원부는 2010년까지 노동투입 증가율은 90년대의 연평균 1.3% 수준에서 1.0%대로 둔화되고, 자본투입 증가율도 9.0%에서 5.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요소투입의 획기적 증가가 더 이상 어렵다면 남은 것은 '생산성 향상' 밖에 없다. 이미 우리 나라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은 작년말 기준 1.17명으로서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더욱이 내년부터 주 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임금비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전국경영자총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임금비용 상승률은 약 9.7% 수준으로 전망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매년 10% 수준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 노동을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총체적 '생산성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본다.